kt 배우열 눈물의 투혼 "이런 기회 또 없을까봐"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04-15 10:50


2016 프로야구 KBO리그 넥센히어로즈와 kt위즈의 경기가 1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kt 배우열 고척돔=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4.13/

"나에게 이런 기회가 다시 올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kt 위즈는 13, 1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이틀 연속 1점차 신승을 거두며 3연전 위닝시리즈를 장식했다. 시즌 초반이지만, 7승5패 공동 2위. 꼴찌 후보로 평가받던 kt의 돌풍이 선배 팀들을 떨게 하고 있다.

특히, 13일 연장 접전 끝 7대6 승리가 인상적이었다. 경기 중반 6-1까지 앞서며 쉽게 이기는 듯 했지만, 투수들의 난조로 결국 동점을 허용했다. 그렇게 역전패 했더라면 전날 패배 후유증까지 더해지고, 다음날 선발 매치업이 엄상백 대 피어밴드였기 때문에 연패 분위기로 갈 수 있었다. kt는 아직 젊은 선수들의 경험이 부족한 막내팀이기에 한 번 연패를 탔다가는, 그게 다른 팀들과 비교해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13일 경기 연장 11회초 결승점을 내고 11회말 혜성같이 등장한 투수 배우열이 우여곡절 끝에 1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기록하며 14일 경기 연승으로 이어졌다. 장시환, 김재윤 등 필승조를 모두 소모한 상황에서 배우열이 그 이닝을 책임져주지 못했다면 kt 입장에서는 상상하기 싫은 일이 벌어질 뻔 했다.

하지만 14일 경기를 앞두고 조범현 감독이 한숨을 내쉬었다. 배우열이 장단지 근육 파열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기 때문. 첫 타자 서건창이 1루 땅볼을 쳤을 때 베이스커버를 들어가다 충격이 왔다. 그런데 고통을 참고 20개의 공을 더 던지며 팀 승리를 지켰다. 귀중한 세이브를 기록하고, 6~8주 동안 치료와 재활에만 전념해야 하는 슬픈 현실이 찾아왔다. 조 감독은 "다치고 나서 고통을 참고 계속 던졌는데, 얼마나 아팠겠느냐"라며 배우열의 투혼을 높이 평가했다. 사실, 배우열은 무명의 투수지만 조 감독이 미국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눈 여겨보고 있던 선수였다. 2009년 경희대를 졸업하고, LG 트윈스에 신고선수로 입단했지만 어깨 부상으로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2014 시즌 중반 kt 신고선수로 입단하며 다시 기회를 잡았다. 지난해 1군 12경기를 치르며 가능성을 알렸고, 이번 캠프에서는 몸무게를 10kg 정도 찌우며 공에 힘을 붙였다. 조 감독은 "올시즌 1군에서 자주 보게 될 것"이라고 했고 실제 개막 엔트리에도 합류시키며 요긴하게 활용중이었다.

배우열이 얼마나 간절히 이번 시즌을 준비했는지 알고있는 구단 직원들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 kt 한 관계자는 "배우열이 스프링캠프에서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며 신혼여행도 제대로 가지 않았었다. 정말 열심히 준비해 어렵게 기회를 잡았는데"라며 허탈한 반응을 보였다. 배우열은 지난해 12월 미모의 신부와 결혼식을 올렸는데 스프링캠프 참가만으로도 감사한 자신의 입지 탓에 번듯한 해외 신혼여행도 가지 못하고, 짧은 국내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대신 그 시간을 투자해 운동에 전념했고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는 영광을 누렸다.

그렇다면 배우열 본인은 어떤 심경일까. 배우열은 당시 상황을 돌이키며 "귀중한 세이브 기회였는데, 이런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끝까지 책임지고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고 말하며 "지금 이 상황을 막아내지 못하면 나에게 다시는 이런 기회가 돌아올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친 것은 너무나 아쉽다. 하지만 다시 올 지 모를 세이브 찬스에서, 내 생애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는 것만은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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