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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투수도, 구원 투수도, 지난 주말 넥센 히어로즈에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팀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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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마이클 보우덴은 5회까지 위력적이었다. 지난 6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 8이닝 2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한 것처럼 묵직한 구위를 자랑했다. 그렇다고 위기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경기 초반 주자를 득점권에 잇따라 내보냈다. 그럴 때마다 양의지의 공격적인 볼배합이 빛났다. 양의지가 앉아있으면 노림수를 갖고 타격하기 힘들다는 한 야구인의 평가. 그 말 그대로였다.
보우덴은 스카우팅 리포트대로 포크볼이 주무기다. 140㎞ 후반대의 직구로 유리한 카운트를 잡은 뒤 포크볼을 떨어뜨린다. 타점도 워낙 높다. 정타를 만들기 쉽지 않은 유형이다. 시즌 초 타격감이 좋은 NC 박석민도 "최근 몇 년간 상대한 외국인 투수 중 보우덴의 공이 가장 좋다"고 평가했다.
1회 공 9개로 3명의 타자를 깔끔하게 잡은 보우덴은 2회 위기를 맞았다. 1사 후 최진행에게 좌전 안타, 로사리오에게는 좌월 2루타를 허용했다. 1사 2,3루, 타석에는 강경학. 예상대로 강경학은 적극적이었다. 두산 키스톤 콤비가 전진 수비를 하고 있지 않아 내야 땅볼이라도 치자고 마음 먹은 듯 했다.
하지만 타구는 높게 떠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볼카운트 1B2S에서 몸쪽 직구에 밀려 유격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후속 오선진의 결과도 같았다. 볼카운트 1B2S에서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직구에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0-0이던 3회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안타 1개와 실책으로 만들어진 무사 2루. 전날까지 0.368의 높은 타율을 기록 중인 정근우가 타석에 섰다. 정근우가 잇따라 번트에 실패하며 만들어진 1B2S. 양의지는 다시 한 번 몸쪽 바짝 붙었다. 결과는 3루 땅볼. 2번 이용규 역시 슬라이더-직구-슬라이더-직구-직구 패턴에 1루 땅볼을 때리는 데 그쳤다. 보우덴은 계속된 2사 3루에서 이성열마저 직구를 던져 땅볼을 유도했지만 1루수 오재일의 실책이 나오면서 1점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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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던지던 보우덴은 그러나 투구수 90개를 넘어가면서 흔들렸다. 148㎞까지 찍히던 직구 스피드도 뚝 떨어졌다. 결국 6회말 사달이 났다. 선두타자 김태균에게 중월 2루타, 최진행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그러자 두산 벤치가 움직였다. 무사 1,2루에서 우완 강속구 투수 김강률을 마운드에 올렸다.
100% 컨디션이 아닌 김강률은 부담이 큰 듯 했다. 타자 로사리오를 맞아 바깥쪽 직구를 요구한 양의지의 사인과 달리 공이 가운데로 몰렸다. 우전 안타로 순식간에 무사 만루. 이후 김강률은 대타 하주석에게도 1타점짜리 우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스코어는 2-3, 무사 만루 위기가 계속됐다.
여기서 김강률을 살린 플레이가 나왔다. 주인공은 양의지였다. 찬스에서 한화 장민석이 때린 공은 1루수 정면으로 굴러갔다. 두산 1루수 오재일은 곧장 홈으로 송구했고, 포수 양의지는 포스 아웃을 만든 뒤 재빨리 3루로 뿌려 2루 주자 로사리오를 아웃시켰다. 김성근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판정은 뒤집히지 않았다. 결국 안정을 찾은 김강률은 차일목을 2루 땅볼로 처리했다. 7회도 삼자 범퇴로 끝냈다. 경기 분위기를 다시 가져온 두산은 8회 3점을 뽑아내며 승리를 완성했다.
대전=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