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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관심도, 야유도 없었다. 수원은 윤성환이 첫 등판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안지만은 마무리 투수. 삼성이 이기는 상황이 아니라면 등판 일정이 유동적이다. 그래서 kt에 패한 5일 경기에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윤성환은 선발 투수다. 6일 경기 무조건 나오게 돼 있었다. 따라서, 좋든 싫든 윤성환의 실전 투입에 관심이 있는 팬들이라면 위즈파크를 찾을 만 했다. 사건이 어찌됐든 그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은 삼성팬, 그의 등판에 불만이 있는 팬이 모두 모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경기 전 "윤성환이 나오면 현장을 찾은 팬들이 야유를 할 수 있다. 윤성환이 이를 잘 이겨내야 한다"며 걱정스러워 했다.
하지만 위즈파크는 평온했다. 윤성환에 대한 아유는 없었다. 그렇다고 지나친 관심도 없었다. 윤성환은 경기 시작 40분 전인 오후 5시50분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발걸음을 옮겨도 큰 반향이 없었다. 윤성환은 워밍업 후 불펜에서 투구를 했다. 팬들이 지근 거리에서 그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몇몇 팬들이 점잖게 사진만 찍을 뿐, 훈련을 방해하는 모습은 없었다. 윤성환이 피칭을 할 때 이승엽이 공을 봐주기 위해 타석에 잠깐 섰는데, 윤성환을 보던 팬들이 이승엽이 왔다고 타석쪽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야유는 주변에서 터져 나와야 군중심리를 통해 전파가 된다. 하지만 이날 위즈파크에는 함께 야유를 보낼 관중이 들어차지 않았다. 총 관중수가 3977명에 그쳤다. 홈 개막전에 많은 관중이 들어차면 주중 경기 다음날 관중은 뚝 떨어지는 게 보통이다. 야구에 대한 열정이 정말 크지 않다면 주중 경기에 연이틀 경기장을 찾는 팬들은 많지 않다. 상대적으로 야구 열기가 뜨겁지 않은 수원, 주중 수요일 경기는 윤성환 첫 등판을 위한 최적의 환경이었을 지도 모른다. 윤성환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대전, 부산, 잠실 등 관중이 많고 열기가 뜨거운 구장들에서 한 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윤성환 본인도 예상 외로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이날 윤성환 등판 때문에 방송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몸 푸는 장면을 TV 카메라에 담기 위해 취재진이 그라운드에 들어왔다. 취재진쪽에서 홍보팀에 더 가까운 촬영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홍보팀 관계자가 윤성환과 상의했다. 사건을 떠나 선수가 경기를 준비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되기 때문. 윤성환은 이에 대해 쿨하게 OK 사인을 냈다. 카메라 바로 앞에서 롱토스 훈련을 아무렇지 않게 소화했다.
긴장이 될 법 했지만, 윤성환은 1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하자 점점 안정을 찾는 모습이었다. 경기 도중 야수가 실책을 해도, 오히려 독려를 했다.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선수라면 쉽게 보여줄 수 없는 여유있는 제스처들이었다. 물론, 구위도 이전과 변함이 없었다. 큰 논란의 중심에 서서, 프로야구 역대 25번째 개인통산 100승 대기록을 세웠다. kt전 6이닝 4피안타(1홈런) 1볼넷 3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11대6 승리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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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