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수원, 윤성환-안지만 첫 등판 최적의 장소였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04-07 05:51


2016 프로야구 KBO리그 kt위즈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삼성 선발투수 윤성환이 2회말 2사 2루에서 하준호를 투수앞 번트 아웃 처리하며 이닝을 마치고 있다.
수원=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4.06/

큰 관심도, 야유도 없었다. 수원은 윤성환이 첫 등판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시즌 2차전이 열린 6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이날 경기에 대한 사전 관심이 매우 뜨거웠다. 해외 원정 불법 도박에 연루된 삼성의 윤성환과 안지만 두 투수. 삼성 류중일 감독은 5일부터 수원에서 열리는 3연전에 두 선수를 투입시키겠다고 해 논란이 일었다.

삼성은 경찰 수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선수 생명 보호 차원에서 공을 던져야 한다고 했다. 팬들은 제대로 된 사과 조차 하지 못하는, 경찰 수사 선상에 있는 선수들이 실전에 투입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분노하고 있다. 지난 3일 "경기로 보여드리겠다"는 1분짜리 형식적 사과와 기자회견이 논란이 됐다. 아직 수사가 마무리 되지 않았지만 스스로 떳떳했다면,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다. 큰 죄가 인정될 경우에는 어떤 조치와 비난도 감수하겠다"는 말을 어째서 하지 못하느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었다.

안지만은 마무리 투수. 삼성이 이기는 상황이 아니라면 등판 일정이 유동적이다. 그래서 kt에 패한 5일 경기에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윤성환은 선발 투수다. 6일 경기 무조건 나오게 돼 있었다. 따라서, 좋든 싫든 윤성환의 실전 투입에 관심이 있는 팬들이라면 위즈파크를 찾을 만 했다. 사건이 어찌됐든 그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은 삼성팬, 그의 등판에 불만이 있는 팬이 모두 모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경기 전 "윤성환이 나오면 현장을 찾은 팬들이 야유를 할 수 있다. 윤성환이 이를 잘 이겨내야 한다"며 걱정스러워 했다.

하지만 위즈파크는 평온했다. 윤성환에 대한 아유는 없었다. 그렇다고 지나친 관심도 없었다. 윤성환은 경기 시작 40분 전인 오후 5시50분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발걸음을 옮겨도 큰 반향이 없었다. 윤성환은 워밍업 후 불펜에서 투구를 했다. 팬들이 지근 거리에서 그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몇몇 팬들이 점잖게 사진만 찍을 뿐, 훈련을 방해하는 모습은 없었다. 윤성환이 피칭을 할 때 이승엽이 공을 봐주기 위해 타석에 잠깐 섰는데, 윤성환을 보던 팬들이 이승엽이 왔다고 타석쪽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윤성환이 1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1루쪽 kt 홈 관중석에서 야유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kt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펼쳐진 홈팀 응원단장의 응원 주도에 맞춰 열심히 응원을 할 뿐이었다. 혹시, 홈 관중들 중에서도 윤성환에게 야유를 보내는 팬들이 있을까 했는데, 전혀 없었다. 한 두명의 중년 남성팬들이 고요한 가운데 '윤성환 파이팅'을 외쳤을 뿐이다. 현장을 찾은 한 20대 남성팬은 "삼성을 응원하는 입장이라면, 아직 이렇다할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응원을 보내야할 것 같다"고 했다. 윤성환 특정 선수에 대한 응원이라기 보다는, 그저 삼성이 이기고 잘하는 것에 응원을 보내겠다는 뜻.

야유는 주변에서 터져 나와야 군중심리를 통해 전파가 된다. 하지만 이날 위즈파크에는 함께 야유를 보낼 관중이 들어차지 않았다. 총 관중수가 3977명에 그쳤다. 홈 개막전에 많은 관중이 들어차면 주중 경기 다음날 관중은 뚝 떨어지는 게 보통이다. 야구에 대한 열정이 정말 크지 않다면 주중 경기에 연이틀 경기장을 찾는 팬들은 많지 않다. 상대적으로 야구 열기가 뜨겁지 않은 수원, 주중 수요일 경기는 윤성환 첫 등판을 위한 최적의 환경이었을 지도 모른다. 윤성환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대전, 부산, 잠실 등 관중이 많고 열기가 뜨거운 구장들에서 한 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윤성환 본인도 예상 외로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이날 윤성환 등판 때문에 방송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몸 푸는 장면을 TV 카메라에 담기 위해 취재진이 그라운드에 들어왔다. 취재진쪽에서 홍보팀에 더 가까운 촬영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홍보팀 관계자가 윤성환과 상의했다. 사건을 떠나 선수가 경기를 준비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되기 때문. 윤성환은 이에 대해 쿨하게 OK 사인을 냈다. 카메라 바로 앞에서 롱토스 훈련을 아무렇지 않게 소화했다.


긴장이 될 법 했지만, 윤성환은 1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하자 점점 안정을 찾는 모습이었다. 경기 도중 야수가 실책을 해도, 오히려 독려를 했다.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선수라면 쉽게 보여줄 수 없는 여유있는 제스처들이었다. 물론, 구위도 이전과 변함이 없었다. 큰 논란의 중심에 서서, 프로야구 역대 25번째 개인통산 100승 대기록을 세웠다. kt전 6이닝 4피안타(1홈런) 1볼넷 3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11대6 승리를 이끌었다.


2016 프로야구 KBO리그 kt위즈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안지만이 kt 9회말 삼성의 5번째 투수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수원=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4.06/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9회에는 안지만도 나왔다. 세이브 상황이 아님에도 컨디션 점검을 위해 시험 등판을 했다. 경기 후반부터 비가 많이 내렸다. 관중들이 현장을 많이 떠났다. 일부 팬들이 안지만에게는 야유를 했지만, 경기장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선수가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 상황에서 긴장되는 첫 등판을 시켜보고 싶은 류 감독의 계산이었을 것이다. 안지만은 평소 챙이 일자형인 모자를 삐딱하게 쓰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날은 챙을 굽혀 단정하게 모자를 착용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안지만도 윤성환과 같이 흔들리지 않고 공을 던졌다.


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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