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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남을 대기록인데 축하하지도, 축하받지도 못할 상황이나 참 아이러니컬하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이 개막을 앞두고 결단을 내렸다. 아직 경찰 수사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무죄 추정의 원칙을 고려해 1군 실전에 투입하겠다고 한 것. 그리고 홈 개막 3연전을 건너 뛰고 6일 kt전 선발로 나서기로 일찌감치 결정이 됐었다. 이를 앞두고 지난 3일 사과 및 기자회견 자리에 나섰는데 "야구로 보여드리겠다"는 한 마디만을 남기고 사라져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었다. 성난 팬들의 민심은 더욱 들끓었다.
최악의 상황에서 시즌 첫 등판을 하게 된 윤성환. 그런데 윤성환의 멘탈은 강했다. 마치 실전 공백이 있었고, 자신을 흔드는 무슨 일이 있느냐는 듯 침착하게 공을 뿌렸다.
더 흔들릴 법 했지만, 줄 점수를 다 줬다는 듯 3회부터 다시 안정감을 찾았다. 전반적으로 직구가 조금씩 높게 형성되는 모습이었지만, 특유의 좋았던 제구와 경기 운영 능력은 어디 가지 않았다. 주무기 커브의 각도 그대로였다. 그렇게 kt 타선을 압도했다. 6회 박경수에게 솔로홈런을 1개 허용했지만 대세에는 지장이 없었다. 6이닝 4피안타(1홈런) 1볼넷 3탈삼진 4실점. 팀이 11-4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갔고, 팀은 11대6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윤성환은 개인통산 99승63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날 승리로 영광의 개인통산 100번째 승리를 따냈다. 프로야구 통산 25번째 대기록이다. 하지만 냉정히 기록에는 모두가 큰 관심이 없는 상황이다. 야구가 아니라 다른쪽에 관심이 더 쏠린 100승 투수다. 훗날, 무혐의 처분이 난다면 이 100승의 가치가 되살아날 수 있고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게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다. 아직은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
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