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팍'에서 구자욱은 어떻게 성장할까.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4-05 11:07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16 프로야구 두산과 삼성의 개막전이 열렸다. 7회말 타석에 들어선 삼성 구자욱이 투수 김강률의 볼이 빠지자 주자들에게 사인을 보내고 있다.
대구=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4.01.

"양쪽 코너는 목동보다 더 짧지 않습니까."

삼성 라이온즈 장원삼의 말이다. 장원삼은 새 구장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와 목동 구장을 비교하며 이 같이 말했다. '라팍'은 역시 홈 팀 투수들에게도 공포의 구장인가 보다. 홈 플레이트부터 좌·우 펜스까지 99.5m에 불과해 홈런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을 수 밖에 없다. 또 외야 펜스가 직선으로 설치됐다. 높이도 3.2m로 낮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잠실 구장에서 평범한 플레이가 이곳에선 홈런이 된다. 펜스가 부채꼴 모양이 아니라 더 그렇다"고 했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도 "외야에 나가서 보니 확실히 구장이 작다. 투수들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타자들은 '라팍'을 반길만 하다. 이 곳만 오면 홈런 개수가 늘어나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 민병헌이 그랬다. 1,2일 연이틀 우월 홈런을 폭발한 그는 첫 날 100m짜리 솔로 아치를 그렸다. 라이너로 날아간 타구가 아주 살짝 펜스를 넘겼다. 민병헌 스스로 "잠실이면 무조건 잡혔다"고 말할 정도. 이처럼 '라팍'에서는 방망이 스위트 스팟에만 제대로만 맞히면 1안타, 1홈런, 1타점, 1득점을 동시에 기록할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데 이런 구장에서 구자욱이 어떻게 성장할지 궁금하다. 나란히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를, 목동 구장이 키운 사실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운이 좋아 홈런이 된 타구가 많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자주 홈런을 때리면서 자신감을 얻고, 그러면서 무조건 자기 스윙을 하려 했고, 그러면서 완성형에 가까운 타자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또 그러면서 다수의 빅리그 구단이 군침을 흘린 KBO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구자욱은 지난해 신인왕 출신으로 구단이 작정하고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우려는 타자다. 당장은 키 1m89에 몸무게 75㎏으로 호리호리한 편인데, 이승엽(삼성)처럼 성장할지, 이병규(LG·9번)가 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분명한 점은 대다수 전문가가 "풀타임 2년 차 징크스는 없을 것이다. 올해도 잘할 선수"라고 입을 모으는 있다는 것. 일전에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구자욱에 대해 "스윙이 좋다"는 평가와 함께 "장타력도 갖고 있다"고 했다. 상무에서 제대한 첫 해부터 116경기에서 2루타 33개, 3루타 5개, 홈런 11개를 폭발하자 "참 잘 친다"고 했다.

그런 구자욱의 올해 목표는 20홈런이다. "나는 홈런 타자가 아니다. 무조건 출루에만 초점을 맞춘다"고 하지만, 신인왕 수상 직후 "20개를 넘겨보고 싶다. 캠프 때 더 방망이를 돌리겠다"고 했다. 20홈런은 팀 내부에서도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치로 보고 있다. 김한수 타격 코치는 "야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선수다. 부상만 없다면 충분히 20홈런을 때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더구나 올해 144경기 중 절반을 '라팍'에서 한다. 류중일 감독이 "가급적 1번으로 쓰겠다"고 공언하며 타석에 들어서는 횟수도 남들보다 많다. 또 개막 초반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다. 두산과의 2연전 동안 2루타 두 방을 포함해 9타수 4안타, 타율 4할4푼4리에 2타점을 기록했다. 조만간 홈런도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현재 삼성 타선에서 홈런 타자를 꼽으라면 최형우, 이승엽이다. 박석민은 NC로 이적했고, 나바로는 일본 무대로 진출했다. 그런데 이승엽은 내년 시즌을 마치고 은퇴, 최형우는 올 시즌 뒤 FA 자격을 얻는다. 머지않아 삼성 타선에 거포가 한 명도 없을 수도 있는 셈이다. 그런 면에서 구자욱의 성장 과정, 방향은 중요하다. 팀 미래가 달린 일이다. 과연 새 구장 '라팍'에서 구자욱은 어떻게 커 갈까. 코칭스태프는 물론 팬들도 모처럼 등장한 대구 출신 어린 스타의 성장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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