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감독 야수 중심 엔트리, 신의 한 수 됐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04-03 08:44


2016 프로야구 KBO리그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경기전 LG 양상문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4.01/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을 했는데, 신의 한 수가 됐다.

LG 트윈스가 기분 좋은 시즌 출발을 하고 있다. 1, 2일 잠실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개막 2연전을 모두 쓸어담았다. 나머지 4개 구장에서는 모든 팀들이 1승1패를 기록했다. 2연승을 거둔 팀은 LG 뿐이다. 2경기 연속 연장 끝내기 승을 거둬 몸은 조금 힘들지만 팀 분위기는 더욱 좋아졌다.

승리한 2경기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양상문 감독이 자신의 감독 인생을 걸고 작업 중인 세대교체. 그 중심에 서있는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좋다. 1일 개막전에서는 좌타자 이천웅이 추격의 투런포를 터뜨리고, 대타 양석환이 연장 12회 끝내기 안타를 터뜨렸다. 2일 2차전에서는 1차전 부진했던 정주현이 날아다니고, 채은성은 9회 2사 상황서 대타로 등장해 한화 필승조 권 혁을 상대로 천금같은 동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이 동점타 덕에 연장 이병규(7번)의 끝내기 안타까지 연결됐다. 이밖에 강승호, 서상우, 윤진호, 안익훈 등 젊은 선수들이 주전-백업 떠나 개막 2연전에 어떤 방식으로든 투입돼 자신의 역할을 했다.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는 영광을 누리고, 만원 관중 앞에서 개막전을 뛰어본다는 자체가 이들에게는 큰 경험.

사실 LG는 이번 개막 2연전을 앞두고 다른 팀들과 다른 선택을 했다. 투수를 8명밖에 등록시키지 않았다. 상대팀 한화는 12명. KIA 타이거즈만 9명의 투수를 포함했을 뿐, 나머지 다른 팀들은 모두 11명 투수를 선택했다. 다른 팀들이 선발 요원을 2~3명 엔트리에 포함시키고 출발한 것에 반해 LG는 개막전 선발 헨리 소사의 이름만 눈에 띄었다.

이유가 있었다. 일단 어쩔 수 없이 투수 수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핵심 불펜 자원인 윤지웅과 정찬헌이 나란히 컨디션 난조로 엔트리에서 빠지게 됐다. 멀쩡했다면 무조건 엔트리에 등록됐을 투수들. 또 하나는 개막 3연전에서 최대한 야수 엔트리를 활용해 상대를 압박하는 야구를 해보겠다는 의도였다. 엔트리에 있어도 1군에 투입할 믿음을 주지 못하는 선수들이라면 정예 부대 구성이 낫다는 판단. 결국, 개막 2연전 연장까지 치르면서도 계속해서 승부 타이밍에 대타나 대주자가 출전할 수 있었던 이유다.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 사기 문제다. 선발을 2~3명 개막 엔트리에 포함시킨 팀들은 개막 선발과 4, 5선발 투수들을 함께 엔트리에 등록시킨다. 이들을 비상 상황 중간 투수로 투입할 수도 있고, 어차피 엔트리에 들어올 선수들이기에 다른 선수가 몇 경기 뛰어보지도 못하고 2군에 내려가는 상실감을 줄 바에는 딱 쓸 자원들만 엔트리에 포함시킨다는 계산이다. 보통 정규시즌을 치를 때 최소 11명에서 많게는 13명의 투수를 운용하기에 투수들이 들어오면 백업 야수들이 빠지는 게 보통. 하지만 양 감독은 1~2경기를 뛰더라도 자신을 믿고 따라온 젊은 선수들이 '나도 열심히 하면 개막전에 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또, 끝까지 선수들이 경쟁을 하는 심리 효과도 있었다. 실제, 2일 경기를 앞두고 외야수 이천웅이 대활약한 가운데 개막전 별다른 활약이 없었던 채은성이 "오늘은 내가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거짓말처럼 9회 대타 동점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성과가 매우 좋았다. 2연승. 여기에 양상문식 새로운 야구를 단 두 경기 만에 제대로 어필했다. 사실, 양 감독의 리빌딩 작업에 '그 선수들로 되겠느냐'는 비관의 시선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 LG의 경기력이 그렇게 좋았다고 냉정히 말할 수 없다. 또,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이 시즌을 치르며 어떤 방향으로 튈 지 모른다. 그래도 어려운 도전에 첫 단추를 잘 꿰었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낼만 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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