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이장석 대표의 방송 해설 "내가 지휘봉, 문관 쿠데타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6-03-27 16:39


왼쪽부터 이장석 대표, 박성문 넥센 히어로즈 마케팅 담당 대리.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대표(50)가 소속팀 시범경기에 해설자로 등장했다.

그는 KBO리그 방송중계권을 가진 방송사가 중계하지 않은 26일과 27일 NC 다이노스전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구단이 자체 제작해 인터넷 TV를 통해 노출한 프로그램이었다.

이장석 대표는 KBO리그에서 '이단아'로 통한다. 현대 야구단을 인수해 지금의 히어로즈 구단을 만들었다. 대학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했고, 프랑스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금융 투자 전문가다. 처음 그가 KBO리그에 뛰어들었을 때 자금난 속에서 선수 장사를 한다고 눈총을 받았다.

하지만 강정호(피츠버그) 박병호(미네소타)를 2년 연속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시키면서 이장석 대표와 넥센 구단을 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졌다. KBO리그 유일의 야구 전문기업으로서 성공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일부에선 모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온 다른 대기업 구단들도 넥센 구단의 생존법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이번 중계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냈다. 그는 야구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뚜렷한 야구관을 갖고 있는 전문가로 통한다. 구단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대표로 선수 평가에 거침이 없다. 대표로 구단 자체 방송에 등장하는 것 자체가 신선하고 과감한 시도였다. 타구단에서 보면 대표이사로서 너무 가볍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표이사가 경기 승패에 큰 의미가 없는 시범경기에 나와 가벼운 해설로 팬들과 소통하는 건 무척 신선한 발상이다.

이 대표는 27일 NC전 중계에서 2시간 30분 가량 수많은 말을 쏟아냈다. 그는 3루수 김민성에게 분발을 촉구했다. "김민성 선수는 올해 OPS를 0.95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작년 커리어 하이인 0.822에 만족할 게 아니다." 또 베테랑 이택근에게는 도루를 자제하는게 좋겠다고 했다. 1회 이택근이 중전 안타로 출루한 후 4번 대니돈 타석 때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됐다. 이 장면을 본 이 대표는 "이제 호타준족이 아니다. 대니돈을 두고 도루를 왜 시도하는지 모르겠다. 멍청한 플레이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상대팀 선수에 대해선 지적 보다는 칭찬을 많이 했다. 반면 넥센 선수들에겐 칭찬 뿐 아니라 직설적인 단어를 사용해 비판, 재미를 더했다. 넥센 포수 박동원에게는 좀더 지능적인 플레이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다가도 김민성이 4회 NC 나성범의 안타성 직선타를 다이빙하면서 잡아내자 어린 아이 처럼 좋아했다.

일부 야구인들은 비 선수 출신인 이 대표가 경기력과 작전에 대해 거침없이 평가를 쏟아내는 부분에 대해 "답답하면 직접 해보라"고 지적한다. 이런 목소리에 이 대표는 "그 처럼 멍청한 지적이 없다. 나는 요리사가 아니다. 하지만 요리를 주문하고 평가할 수 있다. 내가 직접 지휘봉을 잡는 건 '문관 쿠데타'와 같다. 그럼 팀이 망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해설은 이벤트성으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색다른 것에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자신과 구단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봤다.
고척돔=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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