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외인거포들의 침묵, 어떻게 봐야 할까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6-03-17 08:59


NC 에릭 테임즈는 미국 전지훈련 연습경기서 4개의 홈런을 때렸지만, 시범경기서는 16일 현재 홈런이 없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NC 에릭 테임즈는 16일 현재 시범경기서 아직 홈런이 없다.

7경기에서 타율 1할5푼(20타수 3안타)에 3타점에 그치고 있다. 23타석에서 볼넷 2개와 삼진 7개를 기록했다. 타격감이 정상 궤도에 오르려면 시간이 좀더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올해 KBO리그 3번째 시즌을 맞는 만큼 테임즈의 타격 페이스에 관해서는 누구도 걱정하지 않는다. 테임즈는 지난해 시범경기서 2개의 홈런을 쳤고, 정규시즌서는 47홈런을 몰아쳤다. 때문에 테임즈는 박병호가 떠난 KBO리그의 새로운 홈런왕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테임즈를 견제할 토종 거포는 누가 있을까. 이날 현재 삼성 최형우가 3개의 홈런으로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주목할 것은 2개 이상의 홈런을 친 12명 가운데 외국인 타자는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NC 박석민 이호준 나성범, 롯데 정 훈과 김주현, 두산 국해성과 오재일, 넥센 박동원 등이 2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1개의 홈런을 친 외인 타자는 한화 로사리오, LG 히메네스, 삼성 발디리스, 두산 에반스, SK 고메즈, kt 마르테 등 6명이다. 로사리오, 에반스, 고메즈 등 새롭게 한국땅을 밟은 선수들이 눈에 띈다. 로사리오는 16일 대전 LG전에서 8회말 좌중간 바깥으로 날아가는 장외 홈런을 터뜨리며 파워를 자랑했다. 로사리오는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28홈런을 친 경력이 있다.

시범경기 중반 토종 거포들의 방망이가 외인 거포들에 앞서는 형국이다. 최근에는 시범경기서 홈런을 많이 친 타자가 정규시즌서도 강세를 이어간 경우가 많았다. 최근 3년간 시범경기 홈런왕은 2013년 넥센 박병호(4개), 2014년 한화 펠릭스 피에와 LG 정의윤(이상 4개), 2015년 롯데 짐 아두치(4개)였다. 박병호는 2013년 37홈런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랐고, 2014년 피에는 정규시즌서 17홈런을 날렸다. 아두치는 지난해 28홈런을 쳤다.

과연 올해 홈런 판도가 바뀔 조짐으로 봐도 될까. 단언할 순 없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외국인 타자들의 페이스는 국내 타자들과 차이가 있다. 시범경기서 그들은 경쟁을 할 필요가 없고, 모든 것을 시즌 개막에 맞추면 되기 때문이다. 전지훈련과 시범경기를 거치는 동안 외국인 선수들의 페이스를 간섭하는 감독은 한 명도 없다. '용병'에게 주어지는 특혜는 아니다. 미국에서의 경험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범경기는 이것저것 조정하는 기간이지, 숫자를 의식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토종 선수들은 주전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해 온 습관이라는게 있다. 시범경기에서 페이스를 완벽하게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 선수들은 비시즌 기간 철저히 휴식을 취한다. 1월 20일 전후 소속팀 캠프에 합류하기 전까지 약 3개월 동안 배트와 공은 잡지 않는다. 11월말까지 마무리 캠프에 참가하는 국내 선수들과는 다르다. 휴식이 기본이다. 아두치는 "지난해 거의 매경기에 나가 몸에 피로가 쌓였기 때문에 오프시즌에는 쉴 필요가 있었다. 쉬는 동안 웨이트를 많이 했고, 요가와 스트레칭도 했다. 스프링캠프에 와서 타격과 러닝을 시작했다"고 했다. 다른 외국인 타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4월 30일 현재 정규시즌 홈런 순위를 보면 삼성 나바로가 11개로 1위, NC 테임즈가 9개로 2위였다. 정규시즌 개막과 함께 외인 타자들이 돌변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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