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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역 만리. 너무나 낯익은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투수는 웃었다
그리고 미네소타의 5번 타자와 마주쳤다. 박병호였다.
이때, 굳은 표정의 오승환은 미소를 지었다. 반가움과 함께 적으로 맞설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에 대한 어색함이 함께 담겨 있는 미소였다.
2구째는 바깥쪽 낮은 공이었다. 포수가 잡지 못한 매우 낮은 공이었다. 3구째 슬라이더 높은 공에 볼을 던졌다. 박병호는 좋은 선구안으로 오승환의 공을 골랐다.
그리고 의외의 승부가 펼쳐졌다. 가운데 패스트볼 궤적으로 흐르던 공은 그대로 뚝 떨어졌다. 2B 1S 상황에서 타격할 타이밍을 노리던 박병호는 그대로 헛스윙.
4구째 가운데 체인지업을 던졌다. 그리고 5구째, 오승환은 바깥쪽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던졌고, 볼 카운트가 몰린 박병호는 다시 헛스윙을 하면서 삼진 아웃됐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시범 경기에서 첫 삼진을 잡아냈다.
5회 타격에서 6경기 연속 안타를 치면서 쾌조의 페이스를 보였던 박병호는 오승환의 주무기인 패스트볼이 아닌, 체인지업과 슬라이더에 연거푸 헛스윙, 결국 삼진으로 물러났다.
한국 야구의 투타를 대표하는 두 선수다. 그리고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박병호는 넥센에서 미네소타로, 오승환은 한신에서 세인트 루이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시범경기에서 마주쳤다.
표정에 미동이 없는 것으로 유명한 오승환은 '활짝'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적으로 만났지만, 여전히 반가운 얼굴들이다. 그들은 올 시즌 타석과 마운드에서 마주칠 일이 많을 것 같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