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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스트라다무스'의 2대 예언, 올해도 적중하나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03-10 11:18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2016 KBO 리그 시범경기가 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경기 전 kt 조범현 감독이 두산 코칭스탭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3.09/

조스트라다무스의 2016 시즌 예언도 적중할까. 일단 분위기는 좋다.

kt 위즈 조범현 감독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난 데 없이 박경수의 20홈런을 예고했다. 박경수는 FA 자격을 얻어 LG 트윈스에서 kt로 새롭게 합류한 선수. 고교 시절 대형 타자로 이름을 날리며 프로에 데뷔했지만, 잠재력을 좀처럼 터뜨리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해 전 한 시즌 최다 홈런이 8개밖에 되지 않은 선수고, 소속팀 선수로 처음 관찰한 박경수를 보고 조 감독이 자신있게 "20홈런이 충분하다"고 하니 다들 의아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박경수는 지난해 22홈런을 터뜨리며 야구 인생의 꽃을 피웠다. 다들 조 감독의 안목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 조 감독이 2016 시즌에는 2명의 선수를 콕 집었다. 먼저 김상현. 미국 샌버나디노 2차 전지훈련장에서 김상현의 타격 훈련을 지켜보던 조 감독은 기자에게 조용히 "40홈런도 가능하다"고 했다. 기자가 깜짝 놀라 "30홈런이요?"라고 반문했을 정도로 예상치 못했던 수치. 김상현 역시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은 KIA 타이거즈 소속으로 MVP를 탔던 2009 시즌 36홈런이다. 하락세를 타다 지난해 27홈런을 치며 부활했지만, 40홈런은 절대 달성하기 쉬운 수치가 아니다. 하지만 그냥 흘려들을 수 없다. 조 감독은 선수들의 성적이나 실력 등의 내용으로 농을 치는 스타일이 절대 아니다. 야구에 대한 코멘트는 매 순간 진지하다. 이 선수가 이만큼 되겠다, 아니다의 구분이 명확하다. 또, 조 감독은 그 어떤 지도자보다 김상현을 잘 안다. 2009년 KIA의 우승을 합작해냈었다.

두 번째로 조 감독의 간택을 받은 인물을 새 외국인 투수 요한 피노. 사실 기자가 처음 전지훈련장에서 kt 새 외국인 투수들을 봤을 때 피노는 큰 인상을 주지 못했다. 공도 느리고, 폼도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달리 역동성이 떨어졌다. 오히려 헨리 소사(LG 트윈스)처럼 강속구를 뿌리는 슈가 레이 마리몬이 훨씬 더 눈에 띄었다. SK 와이번스 소속으로 이미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 트래비스 밴와트도 있었다. 하지만 조 감독은 "피노, 피노"를 입에 달고 다녔다. 그만큼 만족감이 크다는 뜻.

조 감독은 "피노는 공을 정말 쉽게 던진다. 그리고 제구가 전부 포수 무릎쪽에 형성된다. 외국인 투수들 중에 원하는 곳에 마음대로 공을 던지는 투수가 많지 않다. 피노를 상대로 상대팀들이 대량득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매경기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할 수 있는 유형의 투수라는 의미. 오히려 마리몬에 대해서는 "구위는 정말 좋지만 제구가 불안정해 왔다갔다할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일단 시범경기에서 두 사람 모두 예언 적중 가능성을 높였다. 김상현은 8일 두산 베어스와의 첫 번째 시범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을 때려냈다. 두 홈런 모두 노경은의 바깥쪽 직구를 받아쳤는데, 하나는 잡아당기고 하나는 밀어치는 등 자유자재였다. 특히, 두 번째 우중간으로 밀어친 홈런 타구에서 올시즌 대박 조짐을 엿볼 수 있었다. 그동안 힘을 앞세워 극단적으로 잡아당기는 스윙을 해왔던 김상현이었다.

피노는 9일 두산전에서 5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아직 날씨가 춥고, 한국 무대가 어색한 상황. 이날 경기 모습에서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만 보인다면 조 감독의 말처럼 피노는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kt에도 대박이다. kt는 유한준, 이진영의 가세로 타선의 짜임새가 훨씬 좋아졌다. 하지만 그 중 누구를 4번으로 써야할 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컸다. 아무래도 4번타자는 확실한 장타 능력이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 유한준-이진영-앤디 마르테 모두 홈런타자라기 보다는 중장거리 타자들이다. 여기에 김상현이 중심에서 큰 스윙을 해준다면 상대 투수들은 겁을 먹을 수밖에 없다. 또, 피노가 선발진의 무게 중심을 확실히 잡아준다면 이미 검증을 마친 밴와트와 확실한 원투펀치를 형성할 수 있다. 원투펀치의 존재 유무, 장기 레이스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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