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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신인 박세진, 그에 대한 현실적 기대치는?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03-08 07:57


미국에서 전지훈련 중인 NC다이노스와 kt 위즈의 연습경기가 21일 캘리포니아 샌 버나디노의 산 마누엘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kt 박세진
샌 버나디노(캘리포니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16.02.21/

kt 위즈 신인투수 박세진. 실질적으로 어떤 역할을 기대해야할까.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8일 개막한다. 1군 두 번째 시즌을 맞는 kt는 홈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두산 베어스와 첫 경기를 치른다.

시범경기는 승패를 떠나 선수들의 컨디션, 팀 전술을 시험하는 무대. 주전급 선수들은 컨디션을 100% 가까이에 맞춰 끌어올리고, 1군 엔트리 진입을 위해 경쟁하는 백업, 신인급 선수들은 자신들의 기량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매 시즌 시범경기마다 기대를 모으는 신인 선수들이 튀어나오기 마련. kt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선수는 좌완투수 박세진이다. 경북고를 졸업한 박세진은 kt가 지난해 1차지명으로 영입한 대형 유망주. kt에 입단했다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한 박세웅의 친동생으로 더욱 유명세를 탔다. 고교 최고 좌완투수로 일찌감치 이름을 날렸다. 1m82, 86kg의 체구로 육안상 그렇게 커보이지는 않지만 땅땅해 보이는 몸매와 표정이 인상적이다. 고졸 신인 선수 치고 마운드에서 싸울줄 알고, 승부 근성도 있다는 평가다. 선수 본인도 "신인왕을 타고 싶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고교 무대와 프로 무대는 하늘과 땅 차이. 과연 고졸 신인 박세진이 1군에서 곧바로 활약할 수 있을까.

일단,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게 옳다. 박세진은 미국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돼 훈련, 실전을 모두 소화해냈다. 제구와 변화구는 괜찮았지만, 쉽게 늘지 않는 구속이 걱정거리였다. 아직은 140km 이상을 마음대로 뿌리기는 힘들어보였다. 고졸 신인 투수들이 흔히 겪는 과정. 프로팀에 처음 입단해 힘든 전지훈련을 소화해내는 자체가 고역이다. 아무리 제구와 변화구가 좋다고 해도, 기본적인 직구 구속이 나오지 않는다면 프로에서 통하기 힘들다. 시즌에 들어가면 구속이 조금 더 오를 수 있지만, 힘이 실리지 않은 140km 초반대 직구는 살아남기 힘들다.

팀 사정상 선발 자리를 얻기도 쉽지 않을 전망. kt는 외국인 선수 3총사에 정대현까지 선발 체제가 완성돼있다. 여기에 지난해 경험을 쌓은 엄상백이 대기중이다. 이 뿐 아니다. 좌완 정성곤이 확 달라진 모습으로 엄상백과 경쟁을 하고 있다. 정성곤, 박세진 2명만 놓고 가능성을 본다면 일단은 정성곤쪽에 확실히 무게가 실린다. 베테랑 좌완 윤근영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박세진이 선발로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kt에 좋지 않은 시나리오다. 젊은 4, 5선발 투수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부진할 때다.

그렇다고 박세진이 희망을 버릴 필요는 없다. 일단은 불펜으로 시작할 수 있다. kt는 좌완 불펜 요원 심재민이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캠프에서 중도 이탈했다. 심각한 부상은 아니지만, 심재민이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당장 이 자리를 메울 좌완 불펜 요원이 필요할 수 있다.


박세진은 캠프 기간 내내 차명석 육성총괄이 전담 지도를 했다. 기본 자질은 좋지만, 어린 선수가 프로에서 통하려면 아직은 수정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게 차 육성총괄의 생각이다. 조급하지 않고 천천히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게 선수 본인에게도, 팀에게도 중요하다. 함께 미국에 캠프를 차렸던 NC 다이노스에는 2년차 좌완 구창모가 좋은 구위로 주목을 받았다. 구창모 역시 NC가 지난 시즌을 앞두고 2차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뽑았던 유망주. 하지만 첫 캠프에서 조기 낙마했고, 1군에서 모습을 보지 못했다. 체력, 구위 모두 프로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 하지만 한 시즌 열심히 준비해 전지훈련에서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김경문 감독은 이에 대해 "고졸 선수가 1년이라도 프로 경험을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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