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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서 '독종' 소리를 듣고, 유니폼을 벗으면 '인성'이 좋다는 얘기를 들어야 성공한다."
3일 김 감독을 잠실야구장에서 만나 독립야구단 얘기를 들어봤다. 2006년 LG 트윈스 2군 감독에서 물러난 후 꼭 10년 만에 잠실구장에 왔다는 김 감독은 "오랜만에 잠실구장에 오니 감개무량하다. 우리 선수들이 이곳에서 뛰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고 했다. KIA 타이거즈 투수 김 준(31)이 김 감독의 막내아들이다.
-팀 출범 2년째가 됐는데, 선수 구성은 어떻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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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한달간 체력과 기술훈련을 하다가 4월부터 경기 일정에 들어간다. 우리팀 실력이 프로팀의 2,3군 정도다. 실력이 안 되면 프로팀이 상대를 안 해준다. 지난해 고양 다이노스, LG, SK 와이번스, 한화 3군(육성군)과 연습경기를 했다. 주로 수도권 팀을 상대했다. 숙박을 해야하는 지방 원정은 금전적인 부담이 커 가기 어렵다. 지난해에는 1박2일 서산 한화 2연전을 했다. 사실 야구인들에게 아쉬움이 조금 있다. 김응룡 김인식(전 한화 감독) 김재박같은 야구인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도움을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얘기만 해줘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지난해 천보성 전 LG 감독이 찾아와 선수들을 격려해줬다.
-지난해 소속 선수 3명이 프로에 진출해 주목을 받았는데.
가장 인상깊었던 선수가 한화로 간 김원석이다. 들어올 때부터 눈빛이 달랐다. 경험은 조금 부족해도 야수로서 3박자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서산 한화 2군 구장에서 열린 연습경기에 나갔다가 구단 관계자 눈에 띄었다. NC에 입단한 이강혁도 참 좋은 선수다. 바로 프로 진출이 가능하다고 봤는데, 조금 늦게 기회를 얻었다. 올해 1군 출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같은 3루 포지션에 박석민이 FA(자유계약선수)로 합류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다. 안타깝다.
-선수단 버스를 직접 운전한다고 들었다.
LG 코치를 하다가 2004~2005년 청원고 감독, 2006년 LG 2군 감독을 거쳐 2007년부터 2013년까지 7년간 안양 충훈고에 있었다. 고교팀에 있을 때 학교 버스 운전을 위해 대형운전면허증을 땄다. 45인승 버스에 선수들을 태우고 다녔다. 지난해 구단에서 어렵게 버스를 마련했는데, 이 버스를 몰고 경기도 연천에서 충남 서산 한화 2군 구장까지 4시간, 왕복 8시간을 운전한 적이 있다. 코치 중에 대형면허증 소지자가 있었지만 실제로 운전해본 경험이 없었다. 야구를 위해서라면 못 할 게 뭐가 있겠나.(김 감독은 오랫동안 허리 디스크 때문에 고생을 했다. 고교 감독 시절에 펑고를 많이 쳐 허리가 악화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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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있는 데 길이 있다. 자기만족에 빠지지 말고, 자신과 타협해 지지 말라고 자주 얘기한다.(선수시절 김 감독은 악바리로 널리 알려졌는데, 남한테 지면 안 된다는 생각,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다보니 그런 말이 나왔다고 했다) 선수들을 보면 야구 선배로서 미안하다. 지난해 회비가 없어 야구를 포기하는 선수가 있었다. 여력이 안 돼 못 도와줘 마음이 아팠다. 초등학교 동창생 한명이 어려운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거의 50년 만에 전화를 해왔다. 지난해부터 선수들에게 식사를 사주고 격려해 주는데 너무 고맙다.
-독립야구단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팀이 출범했을 때만해도 다들 금세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올해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들을 보면서 흐뭇했다. 야구를 정말 하고싶어하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게 얼마나 보람있는 일인가. 프로야구 역사가 30년이 넘었다. 독립야구팀이 필요한 시기다. (2014년 해체한)고양 원더스처럼 한해 40억원을 안 써도 된다. 5억원이면 충분하다. 4개팀 정도가 정식 경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가장 큰 어려움이 뭔가.
우선 장비에 대한 부담이 크다. 공이야 공동으로 쓰지만 배트, 글러브, 스파이크는 기본적으로 선수가 구입해 쓴다. 가장 필요한 게 방망이다.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보통 13만원짜리를 쓴다. 선수 일인당 한해 10자루 이상을 사용하니, 150만원 이상이 들어간다. 지난해에는 40자루를 기증받아 요긴하게 잘 썼다. 연습량이 많고 질이 좋은 배트를 못 쓰니 많이 부러진다. 선수들이 프로팀과 연습경기 때 상대팀의 선후배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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