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인식 연천 미라클 감독 "김응용 감독 등 야구인 재능기부 아쉬워"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6-03-07 06:08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 김인식 감독 은 "김응룡 김재박 감독같은 야구인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선수들에게 좋은 얘기를 들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3일 잠실야구장 3루쪽 덕아웃 앞에서 연천 미라클 사인공을 들고 포즈를 취한 김인식 감독.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경기장에서 '독종' 소리를 듣고, 유니폼을 벗으면 '인성'이 좋다는 얘기를 들어야 성공한다."

국내 유일의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 김인식 감독(63)은 MBC 청룡 선수 시절에 근성넘치는 플레이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악바리'로 통했다. 1982년과 1983년 연속으로 사구 1위에 올랐고, 프로야구 원년부터 5년 간 이 부문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빠른 발과 강한 승부욕을 갖고 있던 그는 출루, 진루, 득점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요즘도 강인한 정신력을 강조하고, 동기부여를 자주 입에 올린다. 지금 연천 미라클 선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그것이다.

연천 미라클이 7일 2016년 일정을 시작한다. 지난달 말 트라이아웃을 통해 뽑은 선수들이 이날 경기도 연천 베이스볼파크에 모여 훈련을 시작한다.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많은 게 달라졌다. 지난해 초반 선수 수급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올해 트라이아웃에 68명이 신청서를 내고 62명이 참가했다. 야구 열정도 뜨겁지만, 지원자들의 수준도 높아졌다. 선발 예정 인원이 25명인데, 추가 선발을 검토하고 있다. 이케빈(삼성 라이온즈)과 김원석(한화 이글스) 이강혁(NC 다이노스)이 프로 진출에 성공하면서 연천 미라클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3일 김 감독을 잠실야구장에서 만나 독립야구단 얘기를 들어봤다. 2006년 LG 트윈스 2군 감독에서 물러난 후 꼭 10년 만에 잠실구장에 왔다는 김 감독은 "오랜만에 잠실구장에 오니 감개무량하다. 우리 선수들이 이곳에서 뛰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고 했다. KIA 타이거즈 투수 김 준(31)이 김 감독의 막내아들이다.

-팀 출범 2년째가 됐는데, 선수 구성은 어떻게 되나.

지난해 뛰었던 11명이 남았다. 지난달에 진행한 트라이아웃에 정말 야구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얘들이 많이 왔다. 다른 스포츠를 기웃거리다가 야구를 한게 아니라, 처음부터 야구만 파온 선수들이다. 프로에서 뛰다가 온 선수도 많다. 몇몇은 당장 프로팀에 가도 통할 실력을 갖고 있다. 한화에서 뛰었던 허유강, KIA 출신 장시하, NC에 있었던 유지창이 눈에 띈다. 유지창은 한화 이용규같은 스타일이다. LG 신고선수 출신인 투수 이청하도 프로에서 2~3이닝 정도 활용이 가능한 재목이다.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 김인식 감독이 잠실구장 3루쪽 관중석에서 포지를 취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강한 정신력을 주문한다고 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지방 원정 경기도 가능한가.

3월 한달간 체력과 기술훈련을 하다가 4월부터 경기 일정에 들어간다. 우리팀 실력이 프로팀의 2,3군 정도다. 실력이 안 되면 프로팀이 상대를 안 해준다. 지난해 고양 다이노스, LG, SK 와이번스, 한화 3군(육성군)과 연습경기를 했다. 주로 수도권 팀을 상대했다. 숙박을 해야하는 지방 원정은 금전적인 부담이 커 가기 어렵다. 지난해에는 1박2일 서산 한화 2연전을 했다. 사실 야구인들에게 아쉬움이 조금 있다. 김응룡 김인식(전 한화 감독) 김재박같은 야구인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도움을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얘기만 해줘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지난해 천보성 전 LG 감독이 찾아와 선수들을 격려해줬다.


-지난해 소속 선수 3명이 프로에 진출해 주목을 받았는데.

가장 인상깊었던 선수가 한화로 간 김원석이다. 들어올 때부터 눈빛이 달랐다. 경험은 조금 부족해도 야수로서 3박자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서산 한화 2군 구장에서 열린 연습경기에 나갔다가 구단 관계자 눈에 띄었다. NC에 입단한 이강혁도 참 좋은 선수다. 바로 프로 진출이 가능하다고 봤는데, 조금 늦게 기회를 얻었다. 올해 1군 출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같은 3루 포지션에 박석민이 FA(자유계약선수)로 합류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다. 안타깝다.

-선수단 버스를 직접 운전한다고 들었다.

LG 코치를 하다가 2004~2005년 청원고 감독, 2006년 LG 2군 감독을 거쳐 2007년부터 2013년까지 7년간 안양 충훈고에 있었다. 고교팀에 있을 때 학교 버스 운전을 위해 대형운전면허증을 땄다. 45인승 버스에 선수들을 태우고 다녔다. 지난해 구단에서 어렵게 버스를 마련했는데, 이 버스를 몰고 경기도 연천에서 충남 서산 한화 2군 구장까지 4시간, 왕복 8시간을 운전한 적이 있다. 코치 중에 대형면허증 소지자가 있었지만 실제로 운전해본 경험이 없었다. 야구를 위해서라면 못 할 게 뭐가 있겠나.(김 감독은 오랫동안 허리 디스크 때문에 고생을 했다. 고교 감독 시절에 펑고를 많이 쳐 허리가 악화됐다고 했다)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 김인식 감독 .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실패를 경험한 선수들이다. 이들에게 무엇을 주문하고 강조하나.

뜻이 있는 데 길이 있다. 자기만족에 빠지지 말고, 자신과 타협해 지지 말라고 자주 얘기한다.(선수시절 김 감독은 악바리로 널리 알려졌는데, 남한테 지면 안 된다는 생각,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다보니 그런 말이 나왔다고 했다) 선수들을 보면 야구 선배로서 미안하다. 지난해 회비가 없어 야구를 포기하는 선수가 있었다. 여력이 안 돼 못 도와줘 마음이 아팠다. 초등학교 동창생 한명이 어려운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거의 50년 만에 전화를 해왔다. 지난해부터 선수들에게 식사를 사주고 격려해 주는데 너무 고맙다.

-독립야구단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팀이 출범했을 때만해도 다들 금세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올해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들을 보면서 흐뭇했다. 야구를 정말 하고싶어하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게 얼마나 보람있는 일인가. 프로야구 역사가 30년이 넘었다. 독립야구팀이 필요한 시기다. (2014년 해체한)고양 원더스처럼 한해 40억원을 안 써도 된다. 5억원이면 충분하다. 4개팀 정도가 정식 경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가장 큰 어려움이 뭔가.

우선 장비에 대한 부담이 크다. 공이야 공동으로 쓰지만 배트, 글러브, 스파이크는 기본적으로 선수가 구입해 쓴다. 가장 필요한 게 방망이다.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보통 13만원짜리를 쓴다. 선수 일인당 한해 10자루 이상을 사용하니, 150만원 이상이 들어간다. 지난해에는 40자루를 기증받아 요긴하게 잘 썼다. 연습량이 많고 질이 좋은 배트를 못 쓰니 많이 부러진다. 선수들이 프로팀과 연습경기 때 상대팀의 선후배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잠실구장 관중석에 앉아 포즈를 취한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 김인식 감독. 그는 2006년 LG 2군 감독에서 물러난 후 10년 만에 잠?是揚 찾았다고 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