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구가 어떤지 체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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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선발 경력이 짧고 특히 지난해는 마무리로 나왔다는 점 때문에 곧바로 계약하지 않았다. 대신 캠프에 합류해 훈련하다가 실전에서 테스트를 치르기로 했다. 통과하면 계약, 그렇지 못하면 결별이다. 엄격한 조건이었지만 히스는 이 조건을 받아들였다. 한국 프로야구, 특히 한화 이글스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앞서 두 번의 실전테스트에서는 완전히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지난 17일에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한 히스는 18일 불펜 피칭을 소화한 뒤 22일 LG전에 첫 선을 보였다. 그리고 27일 KIA전에 두 번째로 등판했다. 첫 등판 LG전 때는 2이닝 3안타 4삼진 2실점을 기록했고, KIA전 때는 최고 146㎞의 직구를 앞세워 4이닝 동안 2안타 3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이 정도로는 김성근 감독의 높은 기준을 통과하기 어려웠다. 때마침 한화의 오키나와 캠프 연습경기 일정도 지난 2월29일 넥센전을 마지막으로 종료돼 히스의 실전 테스트 기회는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보였다.
김성근 감독은 "1군 본진이 귀국하는 3일 히스를 고치로 보내 4일 2군 연습경기에 등판시킬 계획"이라면서 "이 경기의 결과를 보고 (계약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김 감독은 이 경기를 통해 히스의 변화구 구사 능력을 점검할 계획. 사실상 '변화구 구위'가 히스 계약의 키포인트다. 히로시마 시절 히스의 주무기는 위력적인 커브였다. 그러나 앞서 국내팀을 상대로 한 두 차례의 연습경기에서는 커브를 봉인해둔 채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의 피칭을 했다. 2월 하순에 146㎞의 빠른 공을 던진 점은 고무적이지만, 변화구로는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결국 김 감독이 히스와의 계약을 최종 OK하지 못한 이유도 바로 변화구, 특히 커브의 위력을 확실히 보지 못했기 때문.
김 감독은 "히스는 굉장히 성실하고 순하다"면서 인성 면에서는 일찌감치 합격점을 줬다. 그러나 인성과 실력은 별개의 문제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테스트를 치르는 것이다. 과연 히스가 마지막 찬스를 잡을 수 있을까. 커브가 날카롭게 떨어지면 충분히 가능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