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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의 1차 전지훈련지인 호주 시드니. 김태형 감독과 정재훈(36)은 설날 즈음 덕담을 주고 받았다. "건강 조심하세요. 감독님." 김 감독은 작년 말부터 통풍으로 고생한 터였다.
하지만 선수라면 마운드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어 한다. 여전히 140㎞ 중반대의 직구를 던지고 아픈 곳도 없는 정재훈이 정규시즌을 기다리는 이유다. 그는 지난해 롯데 유니폼을 입고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2군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저녁에는 정말 할 게 없었다. 5월까지 혼자 살았는데,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가족과 함께 살기 시작했다." 그의 말이다. 당시 정재훈은 와이프에게 "휴가 왔다고 생각하자. 스트레스 받지 말고 편하게 있자"는 말을 하며 안심시켰다고 한다.
그러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익숙한 곳으로 돌아오니 몸도 마음도 편해졌다. "분위기나 환경이나 원래 살던 집이 좋긴 좋다"는 설명. 코칭스태프도 특별한 주문 없이 그가 100% 몸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무리하지 않고 페이스를 끌어 올리는 요즘이다.
그러면서도 투수로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타이트한 상황에서 나가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3년 전만 해도 2사 만루 같은 상황에서 자주 등판했다. 못 던지면 모든 비난이 쏟아지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시절이 정말 행복할 때다"라며 "올 시즌에도 그런 순간 나갈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에 믿음을 주는 투수. 자칫 패배의 원흉으로 몰리고 악플에 시달릴 수 있지만 베테랑은 특유의 포커페이스로 승부를 즐기고 싶다.
미야자키(일본)=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