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포수 박경완 코치의 냉정한 평가, '포수 이재원'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6-02-22 20:44


블로킹 연습을 지도하는 박경완 코치의 모습. 사진제공=SK와이번스

현역시절 박경완을 떠올리기 쉽지 않았다. 현역에서 떠난 지 3년이 됐다.

23년 간의 현역생활을 접은 지 3년이 지났다.

2014년 SK 2군 감독, 2015년에는 육성총괄로 변신했던 그는 이제 SK 포수코치로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 참가했다.

SK의 베이스캠프 일본 오키나와 구시가와 구장에서 만난 그는 몰라보게 살이 빠져 있었다.

그는 "평소에 잘 먹지 않아요. 운동을 많이 하지 않으니까 입맛도 없다"며 "게다가 근육이 빠지니까, 사람들이 '어디 아프냐'고 하기도 했다"고 미소지었다.

1군 현장으로 돌아온 박 코치는 즐거워 보였다.

그는 "지난해 총괄육성 신분으로 오키나와 전지훈련에 참가했었다. 하지만 내가 안에서 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당연히 팀에는 시스템이 있고, 나는 총괄이라는 역할이 있는데,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부분이었다"고 했다. 그는 2군 감독과 육성총괄을 거치면서 지도자로 많이 배웠고, 프런트의 애환을 체험하면서 많이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에서 부딪치니까 재미있다. 또 다른 것을 배우는 느낌"이라며 "그동안 2군 감독, 육성총괄을 거쳐 포수코치 역할을 맡았는데, 말이나 행동을 항상 조심했다"고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2군 감독도 파격적이었고, 육성 총괄 역시 임의로 만든 자리였다. 그리고 이제 제자리로 돌아왔다.

박경완은 "내 스스로가 뭔가 기존의 코치진과 벽이 있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같이 호흡하고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졌다"고 웃었다.

SK는 포수 자리가 불안하긴 하다. FA 자격을 얻은 정상호가 LG로 떠나갔다. 오키나와 캠프에는 주전 포수가가 유력한 이재원과 백업 이현석 김민식 등이 있다. 세 선수가 SK의 올 시즌 안방을 채임져야 한다. 하지만 풀타임 경험이 있는 선수가 없다. 박 코치는 이들을 집중 조련하고 있다.

박경완 코치 역시 조범현 kt 감독에게 지옥훈련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두 사람은 기존 훈련이 끝난 뒤 놀이터에서 야간훈련을 했다. 박 코치는 그렇게 기량을 키웠다. 5년 전 10대1 인터뷰에서 당시 너무 힘든 훈련에 박 코치는 '당시 너무 힘들어서 욕을 하면서 공을 받은 기억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내 역할은 감독님이 쓸 수 있는 포수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세 선수 모두 포수로서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했다.

SK의 유력한 주전 포수는 이재원이다. 타격은 이미 검증된 선수다. 하지만 포수로서 능력은 아직까지 미지수다. 박 코치는 "아직 포수로서 모든 면에서 불안하다. 특히 수비가 문제이긴 하다"며 "예를 들어서 기본적으로 백스텝이 많은 부분과 블로킹의 약점이 있는 선수"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는 "(이)재원이와 대화하면서 기본적인 포수의 움직임 자체를 잘못 알고 있었다. 미국에서 그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련했다"고 했다.

'기본적 움직임 자체를 잘못 알고 있었던 실제적인 예를 들어줄 수 있나'라는 질문에 박 코치는 "블로킹을 할 때 양 무릎이 동시에 떨어져야 한다. 그래야 공이 뒤로 빠져나가는 면적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런데 그동안 무릎 한쪽이 먼저 지면에 닿은 뒤 곧바로 다른쪽 무릎이 닿았다"고 했다.

박 코치는 "문제는 이재원이 지금부터 그런 습관이나 움직임을 고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기본적인 운동능력이 있는 선수이고, 받아들이는 자세와 센스 등이 매우 좋다"고 했다. 또 백업 포수 이현석과 김민식에 대해서도 "이현석은 수비, 김민식은 공격에서 강점이 있다. 둘 다 발전하고 있는데, 김민식이 좀 더 기량 향상 속도가 빠르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코치는 "SK 선수들 중 포수가 별로 없다고 말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정상호처럼 풀 타임을 뛴 선수가 한 명도 없는 것이다. 이 부분은 나에게도 큰 도전이고 숙제"라고 했다. 그런 말을 하면서도 '포수의 달인'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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