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은 왜 '작전'을 강조하기 시작했을까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2-18 13:26


두산 베어스 선수단이 27일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올림픽 파크에서 2016 전지훈련을 펼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이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시드니(호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1.27/

호주 시드니에서 1차 캠프를 마친 두산 베어스는 일본 미야자키에서 2차 캠프를 소화하고 있다. 20일부터는 일본 프로팀 및 롯데 자이언츠와 총 9차례 연습 경기를 하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김태형 감독은 김현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며 무주공산인 좌익수 주전을 확정할 예정이다. 또 마무리 이현승 앞을 책임질 필승조는 물론 5선발 로테이션도 세팅해야 한다. 호주에서는 "다들 알아서 움직여 내가 할 일이 별로 없었다"던 김 감독. 일본에서는 좀 바빠질 것 같다.

미야자키에서 체크 포인트는 또 있다. 시무식 때부터 줄곧 밝힌 세밀함. 작전 야구다. 그는 "부임 첫 해 작전을 별로 쓰지 않았다. 1차 캠프에서 그 부분을 더 연습하겠다"며 "궁극적으로 선수들끼리 언제든 작전을 펼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다. 또 "작전을 걸었을 때 선수들이 당황하지 않고 수행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지난해 선수들이 작전 실패 했을 때 표정이 어두워지고 팀 분위기도 무거워졌다"며 "잘못해도 분위기는 좋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

김 감독은 기본적으로 선 굵은 야구를 추구한다. 지난해 팀 번트가 75개로 넥센(61개) NC(64개) 다음으로 적다. 이 부문 1위 한화(139개)와는 2배 가까운 차이. 선수를 믿었고 선수에게 맡겼다. 주자가 나가도 벤치에서 움직이는 일은 거의 없었다.

대표적인 경기가 NC와의 플레이오프다. 10월24일 5차전 벼랑 끝 승부. 5회까지 1-2로 뒤진 두산은 무사 2루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는 1번 정수빈, 마운드에는 스튜어트. 여기서 김 감독의 선택은 강공이었다. 예상을 깬 판단이었다. 최소한 진루타를 칠 수 있다는 기대감. 결과는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였다. 2-2 동점에 다시 무사 2루. 김 감독은 후속 허경민에게도 별 다른 주문을 하지 않았다. 또 한 번 강공으로 밀어붙였다. 결과는 이번에도 우전 안타. 두산은 계속된 무사 1,3루에서 민병헌의 볼넷, 김현수의 2타점 2루타로 경기를 뒤집었다.

이러한 김 감독의 성향은 올 시즌에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갑자기 팀 번트 개수가 급증하거나, 매 상황에 간섭하는 장면은 접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우승 팀으로서 한 단계 수준 높은 야구, 세밀함을 더하고자 한다. 가뜩이나 올해 4번 김현수가 없다. 외국인 타자 에반스는 물음표가 가득하다. 1점이 필요할 때, 또는 기선을 제압해야 할 때 상대를 압박할 필요가 있다.

김 감독은 "지난해 갑자기 사인을 냈을 때 다시 사인을 내달라고 행동할 때가 있었다. 그 자체로 우리 의도가 들켰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당황하지 않고 번트 혹은 스퀴즈, 런 앤 히트 같은 사인에 100% 응답하는 팀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또 김 감독은 "작전이란 상대가 대비하고 있지 않을 때 성공해야 효과가 크다. 그런 모습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대목이다. 그래서 공격은 물론 수비까지 다양한 상황을 염두해두고 훈련을 해왔다. 민병헌도 "올 캠프에서 감독님이 세밀함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셨다"고 했다.

이제는 실전이다.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값진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 일본 미야자키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정규시즌 때는 준비한 것을 실제로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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