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연습경기에서 얼굴을 내민 희망의 증거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6-02-17 06:02


KIA 선수들이 연습경기를 마치고 미팅을 갖는 모습.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좋아질 겁니다. 조금 더 지켜보시죠."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과 팀 얘기를 하다보면 자주 듣는 말이다. 연습경기에서 패해도, 기대했던 선수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도 표정이 밝다. 경기가 끝나고 잠시 취재진과 만날 때도 성에 차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살짝 아쉬움을 내비치는 정도다. 어처구니없는 실책, 어이없는 플레이에 "이번 일을 계기로 부족한 점을 채우고, 보완하면 된다. 선수 본인도 많은 걸 느꼈을 것이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잘 한 선수를 정도 이상으로 과하게 칭찬하지도 않는다. 연습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일도 없다. 연습경기는 승패와 상관없이 팀 전력, 선수를 파악하는 기회로 본다. 중요한 건 연습경기 성적이 아니라, 정규시즌 본 경기 때 활용이 가능한 전력 육성이고 발굴이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열린 연습경기 2게임에서 2연패. KIA는 연습경기 첫날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에 0대10 영봉패를 당하고, 야쿠르트 스왈로즈에 3대4로 졌다. 지난해에는 9경기에서 103실점을 기록하고 전패를 당했다. 연습경기 결과만 놓고보면 시즌이 암울해 보였다. 그런데 정규시즌 때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개막전부터 6연승을 거뒀고, 시즌 중간에 한화 이글스,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6연승을 거두기도 했다. 시즌 막판까지 포스트 시즌 진출이 걸린 5위 싸움을 이어갔다. 연습경기 때 난타를 당했던 마운드가 버팀목이 돼 줬다. 평균자책점 4.79를 기록해 KBO리그 10개 팀 중 5위에 랭크됐다.

지난 연습경기의 주축은 비전급 선수였다. 아무래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장면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첫날 주니치전에서 실책 5개를 기록했다. 중간계투로 나온 유창식은 한 이닝에 폭투를 4개나 했다. 테스트에 오른 김주형-박진두-황대인으로 이어지는 클리업 트리오는 9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또 야쿠르트전에 선발 등판한 유력한 5선발 후보 임준혁은 3이닝을 던져 4실점했다.

비록 대패를 하고 아쉬운 장면이 있었지만 소득이 많다. 주니치전 때는 중간계투로 나선 한승혁이 안정적으로 경기를 끌어가며 2이닝 무안타를 기록했다. 좌익수와 중견수로 두 경기 연속 선발 출전한 윤정우는 2안타를 때렸다. 또 첫날 안타가 없었던 김주형 박진두가 야쿠르트전에서 2안타씩 뽑았다.

마운드에서는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김윤동이 2이닝 동안 6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했다. 오프시즌 동안 몸을 만들고 전지훈련에 참가한 젊은 선수, 비주전급 선수들이다. 이들 모두 현시점에서는 주전으로 보기어렵지만,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들이 성장해준다면, 당장은 주전은 아니더라도, 백업 멤버, 예비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짧게 보면 올시즌 전력 강화에 도움이되고, 장기적으로는 세대교체의 밑바탕이 될 수 있다.

여러모로 흥미진진한 오키나와 KIA 캠프다.

오키나와=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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