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롯기 부활?]엘롯기 부활의 긍정적 신호가 보인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6-02-04 15:39 | 최종수정 2016-02-04 18:56


KIA 타이거즈가 포스트시즌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는 부임 2년째를 맞는 김기태 감독의 지휘력에서 비롯된다.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서 김호령의 타격을 지도하고 있는 김 감독. 스캇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이른바 '엘롯기'의 전력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이번 비시즌 동안 큰 폭의 선수 이동이 이뤄졌지만, 객관적인 전력 평가에서 세 팀 모두 당장 우승을 할 수 있는 팀들은 아니다. 무엇보다 2010년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을 뿐만 아니라 세대교체 등 당면 과제들을 현명하게 풀어내지 못했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준으로 보면 LG는 22년, 롯데는 24년, KIA는 7년의 공백기를 가졌다. 올해도 페넌트레이스 우승팀으로는 NC, 한화, 두산, 삼성 등이 우선적으로 꼽히고 있다. 상황이 어떻든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엘롯기'의 선전은 프로야구를 지탱하는 힘이다.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법이고,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고 했다. 3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반전 드라마를 써낼지도 모르는 일이다. 긍정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우선 롯데는 최근 몇 년 동안 최대 약점으로 지적됐던 불펜진을 대폭 보강했다. FA 시장에서 손승락과 윤길현을 영입했다. 손승락은 통산 177세이브, 평균자책점 3.68, 윤길현은 통산 78홀드, 평균자책점 3.96을 기록했다. 롯데는 이 둘을 잡기 위해 98억원을 썼다. 두 선수가 몸값을 해낸다면 롯데는 페넌트레이스에서 상위권 경쟁을 펼칠 수 있다.

조원우 감독의 구상에 따르면 손승락은 마무리, 윤길현은 셋업맨을 맡는다. 롯데는 두 선수 말고도 정대현이라는 베테랑 불펜투수가 버티고 있고, 왼손 불펜 이명우 강영식, 오른손 불펜 이정민 등 다양한 유형의 중간계투진을 보유하고 있어 손승락-윤길현 콤비와 함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주축 롱릴리프 홍성민이 최근 어깨 부상으로 전지훈련서 중도 귀국해 재활에 들어갔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홍성민은 복귀까지 3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여 롯데는 적어도 5월초까지는 롱릴리프 자리가 불안할 수도 있다.

롯데 타선은 폭발력과 짜임새에 있어 큰 걱정거리는 없다. 다만 톱타자가 마땅치 않다는게 조 감독을 고민스럽게 만든다. 손아섭 말고 출루율과 기동력에서 1번을 맡을 수 있는 선수를 찾아야 한다. 짐 아두치, 최준석, 황재균, 강민호 등 중심타자들은 얼마든지 있다.

LG는 베테랑 포수 정상호를 영입한 것 말고는 뚜렷한 전력 보강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LG가 마땅한 주전포수 없이 최근 몇 시즌을 보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상호 영입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투수와 포수간, 배터리 호흡은 팀의 전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정상호가 다치지 않고 풀타임을 소화할 수만 있다면 LG 안방은 마음을 놓아도 된다.

하지만 강팀으로 나아가려는 LG의 변화는 정상호 영입보다는 체질 개선 노력에서 찾아볼 수 있다. 베테랑들을 대거 정리한 것이 눈에 띈다. 외야수 이진영과 최고참 이병규가 빠졌다. 이진영은 지난해 11월 2차드래프트에서 kt로 둥지를 옮겼다. LG는 40명의 보호선수명단에서 과감하게 이진영을 제외했다. 이병규는 1군이 아닌 대만에 마련된 2군 캠프에서 후배들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양상문 감독은 "대만 캠프에 관해서는 보고를 꾸준히 받고 있다. 병규를 비롯해 2군에서 추천을 받으면, 1군 오키나와 캠프에도 합류할 수 있다"고 했다. 이병규로서는 초심을 갖고 후배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이병규 뿐만 아니라 김용의, 김광삼, 장진용, 신승현 등 1군서 주전으로 뛴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대거 대만 캠프에 참가하고 있다. 변화가 당장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선수들의 정신자세를 바꿔놓는다는 점에서 LG의 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

LG와 마찬가지로 KIA 역시 비시즌 동안 뚜렷한 전력 보강이 없었다. 불펜 보강을 목표로 FA 시장을 겨냥했지만 경쟁에서 밀렸다. 올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은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선수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상위권으로 뛰어오를 수 있다. 김기태 감독의 지휘력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김 감독은 지난해가 KIA 사령탑 데뷔 시즌이었다. 리빌딩이라는 전체적인 목표 속에서도 선수들의 투지를 높이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이미 선수단 파악은 끝냈고 올시즌 자신의 색깔을 심는 일만 남았다고 보면 된다.

김 감독은 LG 사령탑 시절이던 2012년과 2013년, 1년만에 팀을 다른 팀으로 확 바꿔놓은 경력이 있다. 처음으로 감독 자리를 맡은 2012년 7위에 그친 뒤 2013년 승률 5할7푼8리로 팀을 페넌트레이스 2위에 올려놓았다. LG가 포스트시즌에 오른 것은 2002년 이후 11년만이었다. KIA에서도 2번째 시즌을 맞아 김 감독 특유의 힘있는 야구를 펼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자원이 마냥 부족한 것도 아니다. 윤석민과 양현종, 특급 투수로 평가받는 헥터 노에시와 지크 스프루일 등 선발진은 10개팀 가운데 최강급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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