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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13일 아오티 스포츠센터 야구장에서 열린 광저우아시안게임 대만전에서 3회 홈런을 때린 추신수가 이대호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광저우(중국)=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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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길을 걸어가다가 다시 한길에서 만났다.
메이저리그에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와 시애틀 매리너스 입단이 결정된 이대호.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강타자라는 점 말고도 겹치는 부분이 많다. 우선 부산 출신에 1982년 생 동갑내기이고, 부산 수영초등학교를 다녔다. 어린시절 부터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친구면서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었다. 부산고 시절의 추신수는 투타 모두 뛰어났고, 경남고 시절의 이대호는 투수였다. 추신수는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졌다. 둘은 나란히 2000년 캐나다 세계청소년야구대회 대표팀에 투수로 참가했다. 이 대회에서 추신수는 18이닝을 던져 5실점, 32탈삼진을 기록,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 대회가 추신수를 미국으로 이끌었다.
프로에서 타자로 완전히 전향해 성공한 점도 똑같다. 부산고 졸업을 앞둔 2000년 8월 추신수는 시애틀 매리너스와 135만달러에 계약했다. 1차 지명을 한 고향팀 롯데 자이언츠 대신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했다.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이 확고했다. 그런데 시애틀이 주목한 건 '투수 추신수'가 아닌 '타자 추신수'였다. 드래프트 2차 1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이대호는 어깨 부상으로 투수를 포기했다.
최종 목적지는 메이저리그. 과정은 비슷한 듯 하면서 전혀 달랐다. 미국으로 바로 건너간 추신수는 마이너리그 부터 착실하게 단계를 밟아 올라갔다. 4년 넘게 마이너리그에서 경험을 쌓고 2005년 4월 처음으로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포지션인 우익수 자리에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 말린스)가 버티고 있었다. 재능을 발휘하기 위해선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2006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이적한 추신수는 비로소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새 팀에서 부상이 있었고, 슬럼프도 따라왔으나 이를 극복하고,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성장했다. 신시내티 레즈를 거쳐 FA(자유계약선수)가 된 추신수는 2013년 시즌이 끝난 뒤 텍사스와 7년간 총액 1억3000만달러에 계약했다. 인고의 시간을 이겨내고 '아메리칸드림'을 이뤘다. 추신수는 언론매체를 통해 여러차례 마이너리그 시절의 고생담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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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중심타자 이대호와 추신수가 다른 선수들보다 30분 일찍 운동장에 나와 특타에 나선 모습. 부산=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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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도 프로 초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유망주라고 했지만 3년간 입지가 어중간했다. 2003년 백인천 감독은 이런 이대호를 트레이드 카드로 쓰려고 했는데, 구단이 반대해 이뤄지지 않았다. 과도한 체중을 문제삼은 지도자가 있었다. 서서히 롯데 간판 타자로 성장한 이대호는 2010년 타격과 타점, 홈런 등 무려 7개의 타격 타이틀을 차지했다. 롯데를 넘어 KBO리그 간판 타자로 우뚝 섰다. 둘은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대표팀에서 함께 했다.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을 할 때 이대호는 일본 프로야구로 향했다. 2012년 부터 2년간 오릭스 버팔로스의 4번 타자로서 존재감을 보여준 뒤, 2014년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이적했다. 지난 2년간 재팬시리즈 우승을 맛봤다. 지난해 한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재팬시리즈 MVP가 됐다.
소프트뱅크는 잔류를 원했다. 연봉 5억엔을 제시했다. 오사다하루(왕정치) 구단 회장까지 나서 2월 이후에도 기다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야구 4년은 이대호에게 미국으로 가는 징검다리였다. 공교롭게도 친구 추신수가 16년 전 첫발을 디뎠던 시애틀 바로 그 팀이다. 시애틀의 스프링캠프는 이대호에게 익숙한 곳이다. 롯데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 피오리아에 위치한 시애틀 캠프에서 훈련했다.
고교 졸업 후 처음으로 같은 무대에 서게 된 둘이지만 위상은 크게 다르다. 이대호는 메이저리그에서 새내기나 마찬가지다. 당장 주전경쟁에서 이겨야 기회가 돌아온다. 연봉도 추신수가 5배 가까이 많다.
추신수의 소속팀 텍사스와 시애틀은 아메리칸리그 서부조에 속해 있다. 올시즌 19차례 경기가 예정돼 있다. 두 팀은 4월 5일 레인저스의 홈구장인 글로브라이프파크에서 개막 3연전을 치른다.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가 둘을 불러들였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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