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약속도, 성급한 기대감도 필요없다. 확실한 성적 하나면 충분하다. 본격적으로 한화 이글스에 합류한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27)는 이제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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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밤 일본 고치에 마련된 한화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윌린 로사리오가 선수단 숙소에서 김성근 감독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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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무려 130만달러의 거액을 주고 영입한 로사리오는 한때 메이저리그에서 촉망받는 거포 포수였다. 2012년 콜로라도 로키스의 주전포수로 활약하며 117경기에 나와 28홈런을 때렸다. 그 덕분에 그해 내셔널리그 신인왕투표에서 4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성적이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고, 주전 포수 자리도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아직 로사리오는 27세에 불과하다. 잠재력을 다시 활활 태울 시간이 많다. 또 선수 본인도 과거의 실패를 뼈저리게 반성하며 절치부심하고 있다. 한국 무대를 선택한 것은 어쩌면 협소해진 메이저리그에서의 입지를 알고 새로운 반등을 만들기 위한 도전일 수 있다. 올해 다시금 기량을 만개한다면 앞으로의 선수 커리어는 얼마든지 다른 형태로 열릴 수 있기 때문.
이런 로사리오에게 현재 가장 필요한 건 빠른 팀분위기 적응, 그리고 KBO리그 스타일 습득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해 떠들썩하게 한화에 입단했던 나이저 모건의 실패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모건 역시 메이저리그 경력과 일본 프로야구 경력, 그리고 화려한 퍼포먼스로 무장해 큰 기대를 받았었다. 김성근 감독 역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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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캠프에 합류한 윌린 로사리오(왼쪽)가 과거 콜로라도 로키스 시절 팀 동료이자 고향 선배인 에스밀 로저스와 반갑게 해후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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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모건은 한화 팬에게 실망감만 남겼다. 캠프 초반 부상이 있었고, 시범경기 때 출전하지 못하면서 리그 적응 기회를 날렸다. 개막 엔트리에 들어와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깜짝 활약을 펼쳤지만, 그게 전부였다.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지나치게 튀는 행동은 김 감독의 용납 범위를 넘어섰고, 몸상태도 좋지 않은 터라 조기 퇴출이 결정됐다.
기대치와 메이저리그의 성과등을 보면 로사리오는 모건을 훨씬 능가한다. 다행히 로사리오는 과거 팀 동료였던 에스밀 로저스 덕분에 한화와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에 대해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이런 면에서 팀 분위기 적응은 금세 이뤄질 듯 하다. 모건처럼 튀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기행으로 문제될 일도 없다.
남은 건 리그 적응이다. 화려한 경력을 지닌 외국인 타자들이 전부 KBO리그에서 성공하는 건 아니다. KBO리그의 스트라이크존과 투수들의 경기 운용은 메이저리그와 사뭇 다르다. 해외 리그 경험이 없는 로사리오에게는 이점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적응하기 위해서는 캠프에서 최대한 건강한 상태로 훈련에 임한 뒤 시범경기를 통해 부딪혀보는 수밖에 없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이론을 정립한다면 한층 쉽게 리그에 적응할 수 있다. 결국 로사리오가 한화의 거포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2~3월에 이르는 캠프와 시범경기가 중요하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될 수 있다.
고치(일본 고치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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