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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명→55명, 한화 캠프 어떻게 달라질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6-01-30 08:00


시작은 조촐한 '반쪽 선수단'이었다. 그러나 보름만에 시나브로 역대 최다 인원의 '매머드급' 스프링캠프로 진화했다. 한화 이글스의 고치 스프링캠프는 지금 한마디로 '인구 대폭발' 지경이다. 인원이 늘어난 만큼 향후 스프링캠프 스타일과 운영 전략도 다른 양상으로 변하게 될 듯 하다. 과연 한화 캠프는 어떻게 달라질까.

김성근 감독의 노림수

한화 스프링캠프 선수단 규모가 불과 보름만에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건 다분히 김성근 감독의 노림수였다고 볼 수 있다. 김 감독은 부임 첫 해였던 지난해 스프링캠프 때는 처음부터 아예 많은 인원을 데리고 갔다. 지난해 1월 고치 캠프 출발 때 무려 51명의 선수를 대동했다. 부임 후 첫 스프링캠프에서 되도록 많은 선수들을 직접 보고 점검해서 이름값에 상관없이 기용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김 감독은 "이번 고치 캠프는 처음부터 많은 훈련을 치를 예정이다. 그래서 몸상태가 덜 준비된 선수는 데려가지 않겠다. 자칫 부상을 당할수도 있다"면서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을 국내에 남겨둔 채 떠났다. 지난해와 달리 김 감독은 선수들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캠프지로 날아갔다. 이때 함께 출발한 선수들은 불과 32명이었다. 지난해보다 무려 19명이나 적은 숫자다. FA로 영입한 정우람 심수창을 비롯해 김태균과 이용규 김경언 조인성 최진행 정현석 송은범 배영수 등 간판급 핵심 선수들은 모두 고치 캠프가 아닌 서산 2군 전용훈련장에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이는 김 감독의 고도의 노림수였다. 간판 선수들을 처음부터 캠프에 대동하지 않음으로 인해 팀 내에 자연스러운 긴장감과 훈련 몰입도가 형성됐다. 서산 훈련장의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그리고 수시로 코치진의 보고를 받아 몸상태가 준비된 선수들을 고치로 불러들이는 과정에서 내부 경쟁의식이 되살아났다. 한 베테랑 선수는 "처음에는 서산에 있는 게 편하다고 여겼는데, 며칠 지나니까 마음이 무척 불편해지더라. 하루 빨리 캠프 출발조에 들어가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의 노림수가 어떻게 선수들에게 작용했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살아남으려면, 찍혀라

이제 한화 캠프는 다시 지난해처럼 북적거리게 됐다. 선수 뿐만 아니라 훈련을 이끌 코치진도 마찬가지로 크게 늘어났다. 김 감독과 트레이닝 파트를 제외하고도 코치진이 17명이나 된다. 트레이닝 파트와 훈련 보조파트까지 포함하면 전체 선수단 규모는 가뿐하게 80명을 넘어선다.

캠프 시작 후 세 번째 휴식 사이클만에 캠프의 양상이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사실상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스프링캠프라고 볼 수 있다. 지금부터는 본격적인 내부 경쟁과 훈련량 증가, 그리고 여러 차례의 자체 홍백전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원래 스케줄대로라면 벌써 2번의 자체 홍백전이 열렸어야 한다. 그러나 김 감독은 경기 대신 훈련을 택했다. 다분히 '서산파'의 합류 이후 캠프가 본격화된 뒤에 평가를 하겠다는 의도다.


이렇게 캠프 규모가 초대형으로 늘어나면서 선수들은 더 강한 압박감을 느끼게 됐다. 일부 베테랑 주전급 선수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두가 포지션 경쟁 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시기에 "아프다"는 말은 통용되지 않는다. 김 감독은 "이제부터는 각자가 자기 몸상태에 책임을 갖고 훈련해야 한다"며 선수 각자가 자기 몸상태를 철저히 준비하라고 강조했다.

인원이 많아졌기 때문에 아픈 선수가 혹시 나오더라도 전체 팀의 입장에서는 달라질 게 없다. 안아픈 대체 선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면 되기 때문이다. 결국은 아파서 재활조에만 있다보면 훈련 과정에서 점점 소외되고 김 감독의 머릿속에서 지워질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주전 도약을 노리는 선수라면 이번 기회에 조금이라도 김 감독의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최근 김 감독의 눈을 사로잡은 김재영 권용호 이동훈 박상언 등 신인들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기회다. 결국 누구든 이 시기에 김 감독에게 '찍혀야' 올시즌 더 많은 기회를 얻게된다. 때문에 한화 캠프의 경쟁 의식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졌다.


고치(일본 고치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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