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20개도 충분하다."
쉴 새 없이 기합소리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공도 끊임없이 날아왔다. 때로는 허리 높이로, 때로는 얼굴 높이로. 신음소리같은 기합을 내지르던 선수는 또 그 공을 모조리 받아친다. 한참이나 그런 실랑이가 이어지고 난 뒤, 드디어 김성근 감독이 고개를 끄덕인 채 돌아섰다. 그리고 온몸이 땀에 젖은 베테랑 조인성(41)은 겨우 한숨을 돌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코칭스태프와 후배들은 무언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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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최고참 조인성(41)이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에서 포수 훈련을 하고 있다. 조인성은 올해 파워보강과 부상 방지로 두자릿수 홈런을 노린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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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이 이렇듯 매섭게 방망이를 돌린 것은 28일 고치 시영구장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 훈련 때였다. 타격 훈련을 하던 조인성을 김 감독이 따로 불렀다. 그리고는 배트 스피드 강화를 위해 다양한 레슨을 시작했다. 스윙 동작을 시연하면서 오른 손등을 빨리 덮는 것과 왼쪽 다리의 중심이동을 통해 간결하고 빠른 스윙을 주문했다. 그리고는 직접 공을 토스해줬다. 허리 높이의 공을 강하게 치는 훈련, 그리고 얼굴 높이로 날아오는 공을 팔동작으로 받아치는 훈련을 통해 스윙 스피드를 집중적으로 늘렸다.
훈련이 거듭될수록 조인성의 스윙은 날카롭고 빨라졌다. 그리고 타구 역시 점점 강하게 날아갔다. 이 광경을 지켜본 코칭스태프는 모두 혀를 내둘렀다. 김응국 타격코치가 "홈런 20개는 치겠다"고 하자 옆에 있던 오키 야스시 코치가 "이지(easy, 쉽지)!"라며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한참 방망이를 휘두른 조인성은 "캠프에서는 가끔 이런 식으로 집중훈련을 받는 날도 있다"면서 "특히 오늘은 정근우 김태균 이용규 등 주요 선수들이 가벼운 근육통 증세로 훈련을 잠시 쉬면서 상대적으로 감독님이 나를 집중적으로 관리하신 것 같다"고 했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한화와 FA계약을 맺은 조인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캠프에서 모범적인 선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 40세, 우리나이로는 41세다. 팀내 최고참이지만 체력은 여느 후배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조인성은 "올해는 지난해와는 또 다른 각오를 하고 있다. 지난해 부상이 몇 차례 있었는데, 올해는 건강하게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치르고 싶다. 좋은 선수들이 ㅁ낳이 와서 팀 전력이 강해진 만큼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며 2016시즌의 청사진을 밝혔다.
고치(일본 고치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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