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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선수에게 거액을 주는 것은 많은 연봉을 받는만큼 좋은 성적과 함께 선수단을 이끌어달라는 뜻이 있다. 일단 성적이 좋아야 한다. 선수들은 많은 액수를 받아 좋겠지만 성적에 대한 부담을 늘 안고 산다. 조금만 못해도 들어야할 팬들의 비난을 잘 알기 때문이다. FA들은 좋은 성적으로 팬들의 박수를 받는 베스트와 술안주로 자주 씹히는 '먹튀'로 희비가 엇갈린다.
정근우도 FA 성공 사례에 들어갈 선수다. 지난 2014년 4년간 70억원에 한화 유니폼을 입은 정근우는 그해 타율 2할9푼5리, 6홈런, 44타점, 91득점, 32도루로 국가대표 톱타자의 면모를 보였고, 지난해에도 타율 3할1푼6리, 12홈런, 66타점, 99득점, 21도루로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호준도 나이를 거꾸로 먹는 활약으로 NC를 강팀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2008년 첫 FA 때는 '먹튀'로 분류됐었다. 첫해 부상으로 단 8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 계약 마지막해인 2011년엔 타율 2할5푼3리에 그쳤다. 그러나 2012년 타율 3할에 26홈런, 78타점으로 부활을 알렸고 그해말 FA 자격을 얻어 3년간 20억원에 NC로 옮긴 이호준은 지난해까지 3년 동안 타율 2할8푼1리, 67홈런, 275타점으로 꾸준한 활약을 보였다. NC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이호준에게 올해 연봉 7억5000만원을 선사했다.
FA 선수들이 모두 이렇게 잘하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기대한 만큼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먹튀'도 많았다.
지난해 역대 최고령 두자릿수 승리의 감동을 안기고 명예로운 은퇴를 택했던 손민한도 FA 먹튀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2008시즌 뒤 롯데와 3년간 27억원의 계약을 했던 손민한은 2009년 어깨 부상으로 6승5패, 평균자책점 5.19를 기록했다. 시즌을 마치고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은 이후 재활만 하다가 2011시즌 후 방출됐다.
오승환 이전 최고 마무리로 각광받았던 진필중도 LG에서 먹튀가 됐었다. 2003시즌까지 9년간 통산 176세이브를 올렸던 진필중은 4년간 30억원에 LG 유니폼을 입었다. 2004년 15세이브를 올렸으나 이후엔 세이브를 올리지 못했고, 2007년말 방출의 설움을 맛봤다.
지난해 역대 최고액인 86억원에 SK와 FA 계약을 했던 최 정도 일단 '먹튀' 리스트에 올랐다. 야구밖에 모르는 성실한 타자인 최 정이지만 부상에는 어쩔 수 없었다. 지난해 81경기에만 출전해 타율 2할9푼5리, 17홈런, 58타점에 그쳤다. 강민호가 FA계약 첫 해인 2014년 타율 2할2푼9리에 16홈런, 40타점의 최악의 성적표로 팬들의 뭇매를 맞았다가 지난해 타율 3할1푼1리에 35홈런, 86타점으로 부활한 것처럼 최 정도 예전의 모습을 찾을지 궁금해진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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