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가 마침내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쳤다. 투수는 6년째 한국 무대를 밟게 된 더스틴 니퍼트(35)와 마이클 보우덴(30), 타자는 우투우타 닉 에반스(30)다.
보우덴은 기본적으로 공격적인 피칭을 하는 투수다. "타자를 공짜로 1루에 보내는 것이 가장 싫다"고 말할 만큼 볼넷에 비해 삼진이 월등히 많다. 실제 메이저리그에서 133⅔이닝을 던지면서 솎아낸 삼진이 100개, 볼넷은 54개였다. 마이너리그에서도 864⅔이닝을 소화하며 삼진 777개에 볼넷 259개였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40이닝 동안 30탈삼진, 24볼넷이었다. 일본 타자들의 노련한 커트 기술에 당했다.
에반스는 겉으로 드러난 일본 성적이 보우덴보다 안 좋다. 2014년 7월30일 라쿠텐 이글스와 계약한 뒤 5경기에서 18타수 2안타 타율 1할1푼1리에 그쳤다. 워낙 표본이 작다 해도 볼넷 하나 없이 삼진만 7개다. 특히 7개 모두 2014시즌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 지바 롯데(4.14) 투수들에게 당했다. 결국 구단은 더 이상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퍼시픽리그 최하위가 유력한 가운데, 에반스를 2군으로 보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선수, 그러나 마이너리그에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둘을 어떻게 봐야 할까. 역시 중요한 건 적응력이라는 지적이다. KBO리그 만의 스트라이크 존, 음식과 문화, 라커룸 분위기에 적응할 시간을 보장해줘야 한다. 에반스의 경우 라쿠텐에서 뛴 게임이 고작 5경기다. 구단은 시즌 중반 영입한 선수를 너무 가혹하게 다뤘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2015시즌 초반 오릭스 타선이 부진할 때 현지 언론이 새로운 4번 타자 후보로 언급한 선수가 에반스라는 사실. 그만큼 기량 자체는 인정 받았고, 라쿠텐 시절 성적은 큰 의미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두산도 마찬가지다. 일본 성적은 배제한 채 에반스의 트리플A 성적, 또 외야 양쪽 코너와 1루 수비를 볼 수 있는 멀티 능력에 배팅했다.
보우덴은 세이부와 80만 달러에 계약할 당시만 해도 클로저 0순위였다. 하지만 시즌 초반 삼진이 많았고 이후 볼넷 개수가 급격히 늘었다. 그럼에도 1년 뒤 트리플A에서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달라졌다. 두산이 그의 구위에 매력을 느낀 건 당연했다. 두산 관계자는 "일본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돼 있더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겪은 시련을 통해 한 단계 발전했다고 판단한 것. 보우덴 역시 "처음 일본 타자들이 계속 공을 커트해내 당황스러웠다. 또한 불리한 카운트에 몰려서도 파울을 이끌어 내더라"면서 "야구인생에 큰 공부가 됐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