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빅리그 한국인 타자-일본 투수 구도로 바뀌나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6-01-20 07:51


넥센 히어로즈가 18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프링캠프에서 이틀 째 훈련을 했다. 넥센과 함께 훈련을 하고 있는 박병호(미네소타)가 자신을 알아 본 미국 야구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서프라이즈(미국 애리조나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1.18/

이승엽 등 일본 프로야구를 잘 아는 선수들은 "우리 타자들이 일본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다. 특히 파워는 확실히 낫다"고 말한다. 자존심을 내세운 말이 아니다. 국제대회를 보면 대체로 투수력과 수비력은 일본이 앞서지만 타격만큼은 대등하다.

박찬호와 노모 히데오가 메이저리그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 후 수많은 선수들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메이저리그는 주로 동아시아권 투수를 주목했다. 파워가 떨어지는 타자 보다 투수 경쟁력이 더 높다고 봤다. 일본 프로야구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면서 마쓰이 가즈오, 나카무라 노리히로, 이와무라 아키노리, 후쿠도메 고스케, 니시오카 스요시, 나카지마 히로유키 등 야수들까지 도전의 기회를 잡았으나 줄줄이 실패했다. 이치로 스즈키와 마쓰이 히데키, 아오키 노리치카 정도가 타자로 성공한 케이스다.

2014년 시즌이 끝나고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유격수 도리타니 다케시가 미국행을 추진하다가 한신 타이거즈 잔류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 '프리미어 12'가 끝난 뒤 소프트뱅크 호크스 3루수 마쓰다 노부히로가 빅리그 도전을 선언했으나 무산됐다. 원 소속팀이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적극적으로 나선 메이저리그 팀이 없어 포기했다고 봐야 한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투수가 빅리그의 중심이었다.

그런데 최근 다른 흐름이 나타났다. 한국 타자들의 도전이 눈에 띈다. 일본의 경우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를 비롯해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 매리너스), 우에하라 고지, 다자와 준이치(이상 보스턴 레드삭스) 등 여전히 투수들이 주도하고 있다. 올해 히로시마 카프 에이스 마에다 겐타(LA 다저스)가 가세했다. 다르빗슈와 다나카, 이와쿠마는 퍼시픽리그, 우에하라와 마에다는 센트럴리그 출신이고, 다자와는 사회인 야구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올 시즌 25인 로스터 진입이 가능한 일본 타자는 외야수 아오키(시애틀 매리너스), 이치로(마이애미 말린스) 둘 뿐이다. 지난해 뉴욕 양키스에서 마이애미로 이적한 이치로는 1년간 200만달러에 재계약했다. 메이저리그 역사를 다시 쓴 이치로이지만 급격한 하락세다. 지난 4년간 안타수가 178개, 136개, 102개, 91개로 계속해서 줄었다. 주력선수로서 능력보다 통산 3000안타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듯 하다. FA 신분인 가와사키는 무네노리는 지난해 주로 토론토 블루제이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뛰었다. 이치로가 메이저리그에 첫발을 디딘 게 2001년이고, 아오키와 가와사키는 2012년에 왔다. 아오키 이후 지난 4년간 메이저리그에 안착한 일본 타자가 없다.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김현수가 29일 한국 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내년 시즌 보스톤 선발로 뛰게 될 데이빗 프라이스와 대결을 고대하고 있는 김현수는 볼티모어와 두 시즌이 지나면 다시 한번 FA 자격을 얻게 된다. 김현수의 기자회견에는 두산에서 함께 뛰었던 후배 허경민과 박건우가 참석 선배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축하해 주었다. 김현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은퇴를 목표로 열심히 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5.12.29/
메이저리그는 일본 타자를 외면하면서도 한국 타자를 주목한다. 추신수가 2014년에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1억3000만달러에 계약을 한 가운데, 지난해 강정호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유니폼을 입었다. 강정호가 데뷔 시즌 부터 한국인 내야수가 경쟁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KBO리그 타자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이런 분위기가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이어졌다. 강정호가 물꼬를 튼 셈이다. 이대호까지 소속팀을 찾는다면 메이저리그의 한국인 타자가 5명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수술대에 올랐던 류현진(LA 다저스)이 복귀를 앞두고 있고, 이번 겨울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가세했지만, 무게 중심이 투수에서 타자쪽으로 쏠린다. 첫해 박병호의 홈런수를 예상하는 언론 보도가 벌써부터 쏟아진다.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후보로 거론하는 매체까지 있다. 수술을 받고 재활훈련중인 강정호는 피츠버그의 주축 타자 대접을 받고 있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에 투고타저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데, 구단들은 컨택트 능력이 있는 선수보다 힘있는 타자를 찾고 있다. 파워에서 한국 선수가 일본 선수에 월등히 앞선다. 강정호가 홈런생산 능력을 보여주면서 한국 타자를 보는 눈이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메이저리그가 파워와 출루율을 보고 박병호와 김현수를 영입했다는 건 선수 개인뿐만 아니라 KBO리그도 경쟁력이 있다는 뜻이다.

올해는 한국인 타자와 일본인 투수의 맞대결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박병호와 김현수가 KBO리그 출신 타자들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바꿔 놓을 수 있을 지 궁금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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