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엽 등 일본 프로야구를 잘 아는 선수들은 "우리 타자들이 일본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다. 특히 파워는 확실히 낫다"고 말한다. 자존심을 내세운 말이 아니다. 국제대회를 보면 대체로 투수력과 수비력은 일본이 앞서지만 타격만큼은 대등하다.
그런데 최근 다른 흐름이 나타났다. 한국 타자들의 도전이 눈에 띈다. 일본의 경우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를 비롯해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 매리너스), 우에하라 고지, 다자와 준이치(이상 보스턴 레드삭스) 등 여전히 투수들이 주도하고 있다. 올해 히로시마 카프 에이스 마에다 겐타(LA 다저스)가 가세했다. 다르빗슈와 다나카, 이와쿠마는 퍼시픽리그, 우에하라와 마에다는 센트럴리그 출신이고, 다자와는 사회인 야구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올 시즌 25인 로스터 진입이 가능한 일본 타자는 외야수 아오키(시애틀 매리너스), 이치로(마이애미 말린스) 둘 뿐이다. 지난해 뉴욕 양키스에서 마이애미로 이적한 이치로는 1년간 200만달러에 재계약했다. 메이저리그 역사를 다시 쓴 이치로이지만 급격한 하락세다. 지난 4년간 안타수가 178개, 136개, 102개, 91개로 계속해서 줄었다. 주력선수로서 능력보다 통산 3000안타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듯 하다. FA 신분인 가와사키는 무네노리는 지난해 주로 토론토 블루제이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뛰었다. 이치로가 메이저리그에 첫발을 디딘 게 2001년이고, 아오키와 가와사키는 2012년에 왔다. 아오키 이후 지난 4년간 메이저리그에 안착한 일본 타자가 없다.
|
지난해 수술대에 올랐던 류현진(LA 다저스)이 복귀를 앞두고 있고, 이번 겨울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가세했지만, 무게 중심이 투수에서 타자쪽으로 쏠린다. 첫해 박병호의 홈런수를 예상하는 언론 보도가 벌써부터 쏟아진다.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후보로 거론하는 매체까지 있다. 수술을 받고 재활훈련중인 강정호는 피츠버그의 주축 타자 대접을 받고 있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에 투고타저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데, 구단들은 컨택트 능력이 있는 선수보다 힘있는 타자를 찾고 있다. 파워에서 한국 선수가 일본 선수에 월등히 앞선다. 강정호가 홈런생산 능력을 보여주면서 한국 타자를 보는 눈이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메이저리그가 파워와 출루율을 보고 박병호와 김현수를 영입했다는 건 선수 개인뿐만 아니라 KBO리그도 경쟁력이 있다는 뜻이다.
올해는 한국인 타자와 일본인 투수의 맞대결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박병호와 김현수가 KBO리그 출신 타자들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바꿔 놓을 수 있을 지 궁금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