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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벤져스 해체 그후]조상우 선발-김세현 마무리카드 통할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6-01-14 21:46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리스크(위험성)가 큰 투자나 도전은 성공할 경우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성공 가능성 자체가 높지 않고, 실패할 경우 입는 손실도 크다. 때문에 이런 방법을 택할 때는 더욱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또 리스크가 현실화됐을 때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둬야 한다.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의 2016 시즌 투수 운용 계획도 이런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넥센 히어로즈가 6일 목동구장에서 2016년 시무식을 실시했다. 염경엽 감독이 신년인사를 하고 있다.
선수단은 14일까지 개인훈련을 실시하고 다음 날인 15일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로 전지훈련을 위해 출국할 예정이다.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1.06/
넥센은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엄청난 전력 손실을 겪었다. 팀의 붙박이 마무리로 활약해왔던 손승락이 FA가 돼 롯데 자이언츠로 떠났다. 또 선발감으로 내정됐던 한현희가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졸지에 3~4선발급 투수와 마무리 투수를 잃게 된 것이다. 반면 외부에서의 마운드 전력 보강은 이뤄지지 않았다. 전력 감소가 확연하게 발생한 것.

이같은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염 감독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계산이 정확하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장점을 지닌 염 감독의 선택은 '조상우 선발-김세현 마무리' 카드다. 지난해 셋업맨과 마무리를 오갔던 조상우를 붙박이 선발로 돌리고, 주로 불펜에서 나서며 네 차례 정도만 선발 등판했던 김세현을 아예 마무리로 활용하겠다는 것. 김세현은 지난해까지 '김영민'이었다가 개명했다.

손승락 이적-한현희 수술로 인해 급격하게 변한 팀내 투수 자원에서 염 감독이 그나마 최선이라고 꺼낸 대안이다. 납득이 가는 부분이 있지만,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크게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조상우는 장기적으로는 선발로 가는 편이 낫긴 하다. 염 감독도 '미래의 선발'로 생각하며 천천히 성장시키고 있었다. 150㎞를 넘는 강력한 패스트볼과 두둑한 배짱이 장점이라 구종만 조금 더 다양화하고, 스태미너를 키우면 선발로 연착륙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팀내 환경 변화로 선발 전환을 앞당기게 되면서 리스크가 커졌다. 추가 구종의 완전한 장착과 풀타임 시즌 동안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당장 이번 스프링캠프 내에 완성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이런 부담감은 아직 나이가 어린 조상우의 성장 저해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조상우 본인은 물론 코칭스태프에게도 큰 숙제다.

김세현의 마무리는 조상우의 선발 전환보다 더 큰 리스크가 있는 선택이다. 김세현 역시 우완 정통파로 강력한 패스트볼이 강점이다. 그러나 제구력이 불안한데다 마운드 위에서의 집중력과 멘탈에서도 물음표가 달린 선수다. 무엇보다 프로 9년차를 맞는 현재까지 마무리 경험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게다가 건강 문제에 관해서도 확신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염 감독은 "밀어붙일 것이다. 블론 세이브 몇 번했다고 바꾸면 선수가 클 수 없다. 팀의 미래를 봐선 김세현이 맡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강한 신뢰를 보이고 있다. 현 시점에서 김세현도 낯선 마무리 보직이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여기서 감독이 해야 할 일은 강한 신뢰감을 보이는 것밖에 없다.

하지만 캠프에서는 조상우와 마찬가지로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특히나 마무리 보직은 구위 못지 않게 경기 운영능력이 중요하다. 이 부분을 어떻게 만들어갈 지가 숙제다. 만약 염 감독의 계획대로 조상우가 선발에 연착륙하고, 김세현이 안정감을 보인다면 포스트시즌 진출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넥센은 '하이 리스크'가 '노 리턴'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미리 대비책을 만들어둬야만 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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