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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15일이었다. 한화 소속이던 박찬호(43)가 포항구장에서 취재진과 마주했다. 전날 6이닝 7피안타 4실점으로 시즌 7패(5승)째를 당한 '코리안특급'이었지만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KBO리그에 던진 묵직한 메시지였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시속 140㎞ 후반대의 직구를 던지는 투수만이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했다. 핵심은 기량.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이긴 고참을 쓰지 않는 사령탑은 없다. 팀의 미래를 내다보는 리빌딩은 고참의 기량과 체력이 한계에 다다랐을 때 진행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올해 이호준과 이승엽의 존재감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2012년 박찬호처럼 불혹의 나이에, 대체불가 선수로 평가받으며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호준은 지난 13일 연봉 대박을 터뜨렸다. 2013년 NC 유니폼을 입으면서 3년 FA 계약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 다시 협상 테이블을 차렸고 4억5000만원에서 3억원 오른 7억5000만원을 올 시즌 수령한다. 협상은 배석현 NC 단장이 직접 진행했다. 팀 내 최고 대우는 물론 타구단 토종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도 자존심을 살려주겠다는 게 구단 방침이었다.
이승엽은 이보다 앞선 지난해 11월28일 2년간 36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10억원)을 받는 조건에 FA 계약을 했다. 지난해 26홈런과 함께 통산 400홈런을 넘어선 마흔 살의 거포를 팀이 원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무엇보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된다. 그는 전성기에 배트 스피드가 느려지자 높게 들었던 방망이를 어깨에 눕히는 변신을 시도했다. 타석에서 보폭도 줄였다. 시즌이 개막하자 경기장에 가장 먼저 나타나 특타를 자청한 이승엽은 이제 한일 통산 600홈런에 25개를 남겨 놓고 있다. 올 시즌 안에 대기록이 예상된다.
결국 이승엽, 이호준에게 '고참을 예우해주는 문화'는 그리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 마흔 살의 이들은 기량으로 제칠 후배들은 팀 내에 아직 없다. 올해 두 명의 노장이 어떤 기록과 명장면을 만들어갈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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