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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섦에 도전, 오승환 유리-박병호 불리?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1-14 10:30


올해부터 나란히 메이저무대를 밟게 된 오승환(왼쪽)과 박병호. 스포츠조선 DB

관건은 시즌 초반 적응력이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최근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무조건 4,5월 성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간 아주 높은 타율은 아니더라도 그 만의 파워를 한 번씩은 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팀 내에서 신뢰가 쌓인다. 시즌 내내 충분한 기회도 보장된다. 빅마켓이 아닌 미네소타는 박병호를 위해 포스팅비용(1285만달러)과 연봉(1800만달러) 등 총 3085만달러를 베팅했지만, 부진이 길어질 땐 입지가 급격히 좁아질 수 있다.

이는 오승환에게도 마찬가지다. 오승환은 지난 12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2년 간 최대 1100만달러를 받는 조건에 계약을 마쳤다. 현지에서는 올 시즌 셋업맨을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 KBO리그와 일본 무대에서 잇따라 구원왕에 오른 이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하지만 박병호와 마찬가지로 초반 성적이 중요하다. 특유의 돌직구가 통하지 않는다면 8회 등판은 물론 아예 빅리그에서 자취를 감출 수 있다. 그만큼 메이저리그는 냉혹한 세계다.

한데, 박병호보다는 오승환이 빅리그 연착륙에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합법적인 이중 동작, 또 좋은 디셉션(숨김 동작)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스트라이드를 할 때 왼 발을 한 번 멈추고 재차 다리를 뻗어 공을 뿌린다. LA 다저스 '괴물' 클레이튼 커쇼처럼 타자 입장에선 좀처럼 타이밍을 잡기 힘든 투구폼을 갖고 있다. 이를 두고 일본 무대 첫 해인 2014년에는 부정 투구라는 지적이 나왔다. 왼발이 지면에 닿는 경우가 있다는 일종의 항의였다. 하지만 NPB 심판기술위원장은 "전혀 문제 없다"고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2007년 메이저리그 심판위원회에 오승환의 투구 동작을 문의해 "무리없는 연속 동작"이라는 답변을 받은 바 있다.

좋은 디셉션은 14일(한국시각) 미국 야구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이 언급했다. 이 매체는 '오승환은 누구인가'는 제목으로 그를 소개하며 "릴리스 포인트 직전까지 공을 잘 숨긴다"고 평가했다. 다만 직구 스피드 자체는 아주 빼어나지 않다고 밝혔다. 삼성 시절만 해도 오승환은 155㎞ 안팎의 직구를 뿌렸지만 일본에서는 151㎞ 안팎에 형성됐다. 메이저리그 구원 투수를 통틀어 하위권에 해당하는 스피드다. 하지만 이 매체는 "좋은 커맨드를 갖고 있다. 직구에다 슬라이더도 좋다"고 그의 장점을 밝혔다.

이에 반해 박병호는 4월 초반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피츠버그 4번 타자로까지 성장한 강정호도 그랬다. 강정호는 4월 한 달간 타율 2할6푼9리에 홈런 없이 6타점에 그쳤다. 지인들에게 "한국에서처럼 정직하게 오는 공이 없다"고 하소연하며 새 무대 적응에 애를 먹었다. 당시 그가 말한 정직하지 않은 공은 싱커와 커터.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살짝 살짝 꺾이면서 방망이 중심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이겨냈다. 5월 한 달간 타율 2할9푼8리에 3홈런 11타점을 쓸어 담았다. 6월 들어 다시 2할2푼1리의 타율로 주춤하긴 했지만, 7월 한 달간 타율 3할7푼9리에 3홈런 9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박병호도 이를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 눈과 몸이 낯섦에 적응하고, 결국 알아서 반응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12일 미국 애리조나로 떠나면서 그는 "분명히 힘든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럴 때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강정호가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하더라. 조급해 하지 않고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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