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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마이너 거부권 연연해할 필요없다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6-01-13 09:27


박병호가 넥센에 있으면서 단 한번도 'NO'라고 말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연봉협상 테이블에서 반응이다. 박병호는 연봉 협상때마다 구단 제시액에 곧바로 '미련없이' 도장을 꺼냈다. 기본적으로 넥센 구단의 연봉산정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있었겠지만 원래 작은 것에 연연해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혹자는 자기 것을 온전히 챙기지 못하는 미련함이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겠지만 박병호의 생각은 달랐다. 넥센 관계자는 "박병호는 소탐대실하기보다는 본분에 충실하면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선수"라고 말한다. 한편으론 언젠가 모든 것은 순리대로 풀린다는 믿음일 수도 있다.


메이저리거 박병호(미네소타)가 12일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했다. 박병호가 인터뷰 장소로 걸어오고 있다.
박병호는 애리조나 넥센 캠프에 합류해 몸을 만든 후 1월 말 미네소타로 이동할 계획이다. 인천공항=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1.12/
12일 미국으로 출국하는 박병호는 민감한 계약 얘기에 대해 털어놨다. 방송카메라가 철수한 뒤 몇몇 취재진만 남았을 때 마지막쯤 나온 질문이 '마이너 거부권'이었다. 박병호는 아무렇지도 않게 "없다"고 했다. '자신감인가'라고 되묻는 취재진에게 "자신감,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염두에 두지 않았다. 거액의 포스팅 금액을 쓴 구단이다. 기회는 올것이고, 그다음은 내 몫"이라고 했다. 박병호는 "미네소타 선수들 모두 마이너 거부권이 없다고 들었다. 오히려 마이너 거부권이 걸림돌이 될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이너 거부권은 계약 옵션중 하나다. 계약기간 동안 25인의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일단 포함되면 마이너리그에 내려가지 않는다. 구단이 마이너리그 강등을 명령하면 극단적으론 40인 로스터 제외 지명할당을 감수해야 한다. 김현수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2년 계약을 하면서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계약서에 넣었다. 이 조항이 있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윤석민은 볼티모어 시절 이때문에 손해를 봤다. 볼티모어 구단이 이 조항에 걸려 윤석민의 메이저 승격을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은 방출했다.

박병호는 마이너 거부권을 계약할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구단이 선뜻 하려들지 않는 계약이라면 선수에게 유리한 조항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마음먹기에 따라선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가 될수 있다. '배수의 진'은 최악의 병법이다. 뒤에 물이 있는 막다른 곳에는 결코 진을 치면 안된다. 결사항전을 뜻하는 '파부침주(破釜沈舟,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가는 배를 가라앉히고 목숨을 걸고 싸운다는 고사성어)'도 마찬가지다.

마음가짐은 사람을 바꾼다. 간절함과 절박함, 콤플렉스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는 스포츠 뿐만 아니라 세상사 성공의 열쇠다.

밑바닥부터 시작하겠다는 굳센 각오가 4년 연속 KBO리그 홈런왕이라는 박병호의 긍지를 훼손시키진 않는다. 마이너 거부권에 연연해 하지 않는 박병호의 자세는 박수받아 마땅하다. 결국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는 관건이 '실력'이라면 승부처에 올인하는 것이 맞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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