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아쉽다. 야구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오승환이 한국, 일본에 이어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했다. 통산 277세이브로 국내 최다세이브, 2년 연속 일본프로야구 구원왕. 야구선수 꿈의 종착역인 메이저리그까지. 분명 축복받아야할 상황이지만 오승환은 고개를 숙이며 나갔고, 13일 귀국 기자회견에서도 "죄송하다, 송구스럽다"는 이야기부터 꺼내야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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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이 전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죄값을 치렀다고 해서 앙금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스타선수들이 받는 연봉엔 노동행위 뿐만 아니라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상품성, 마케팅 비용 등이 복합적으로 포함돼 있다. 한국에서 활약하면서 다졌던 기반은 어찌보면 야구장을 찾고, 프로야구를 시청했던 국내 팬들이 만들어준 것이었다. 본인도 이를 모르지 않기에 공개 사과문을 올린 뒤 미국으로 떠났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물의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LG 정찬헌과 정성훈은 음주운전으로 벌금형,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다. 수년전 채태인 등 몇몇 삼성선수들은 불법 인터넷 도박을 하기도 했다. 병역비리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병역 브로커를 고용, 군면제를 받기 위해 불법적인 시술 등을 감행하다 잠적한 선수도 있었다. 불법도박 중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프로야구 현장에 복귀했다.
여전히 일부 선수들의 허술한 도덕적 잣대는 안타깝다. 프로선수의 해외리그 활약과 국위선양도 일정부분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좋아하는 선수의 활약에 팬으로서 흥분되고 기분이 좋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해외에 나가 있는 국내선수가 잘해서 더 많은 연봉을 받는다 한들 국격이 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여자골프 박세리와 메이저리그 선구자 박찬호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지금은 해외진출 선수들도 늘었고, 다방면에서 월드클래스로 뛰는 이들도 많아졌다. 뼈저린 반성없이 "야구만 잘하면 다 잊혀지겠지"라는 생각은 언제든지 사건사고의 재발을 야기할 수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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