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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넥센, 고척돔 이사 지지부진 도대체 왜?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1-07 09:58


넥센 히어로즈와 서울시설관리공단이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다. 이는 넥센의 고척돔 이사가 늦어지는 이유다. 고척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11.04/

"이러다 목동구장에서 시범경기 치르는 것 아닐까요?"

넥센 히어로즈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시무식. 몇몇 선수들에게 "고척돔으로 언제 이사 가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아직 서울시설관리공단과 히어로즈가 계약서도 쓰지 않은 상황. 선수와 프런트, 취재진조차 궁금했다. 히어로즈 고위 관계자는 "정해진 것은 없다. 공단 쪽에서 계약서를 보내와야 날짜라도 잡는데…"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또한 "시무식은 원래 고척돔에서 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고척돔 내부 공사에만 최소 한 달이 걸린다"고 한 숨을 쉬었다. 도대체 히어로즈와 공단 사이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업무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흘러간 3개월, "12월 안에 이사가겠다"던 히어로즈는 왜 목동 시범경기를 걱정하고 있을까.

응답 없는 공단, 메일 한 통 못 받았다.

MOU를 체결한 건 지난해 10월5일이었다. 박원순 서울 시장과 이장석 대표가 웃으며 악수를 했다. 이 자리에서 히어로즈-시는 2년 간 유예기간을 두고 구단이 고척돔을 1일 대관하는 형식으로 사용하는 데 협의를 마쳤다. 훈훈한 분위기였다. 시는 "첫 돔구장인 만큼 모든 게 물음표다. 운영비 등과 관련한 정확한 액수는 차후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주차장, 관중석 등 부족한 부분도 고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히어로즈의 협상 파트너는 시가 아닌 서울시설공단이 됐다. 공단은 2년 동안 고척돔을 운영, 관리한다. 한데 이 때부터 최대한 빨리 고척돔으로 이사 가려던 히어로즈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구단은 MOU 직후 공단 쪽에 전광판과 관중석 등 몇 가지 개선 사항을 정리해 요구했는데, 공단 쪽에서 반응이 있기는 커녕 기다리던 계약서도 오지 않는 것이다. 넥센 관계자는 "이메일, 전화 한통 받지 못했다. 계약서를 언제 주겠다는 답도 없다"며 "이럴 거면 왜 고척돔을 쓰라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우리는 원래 목동에서 계속 야구를 하고 싶은 구단이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왜 계약서가 중요한가.

계약서에 양 측이 도장을 찍어야 고척돔 이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특히 히어로즈와 같이 일일대관으로 경기장을 쓰는 구단들은 평소 "시 또는 공단의 허락 없이는 구장에 못 하나 박을 수 없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지금은 '히어로즈가 1년 중 며칠 구장을 사용한다' 식의 합의도 없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구단 사무실, 선수들 웨이트 트레이닝 장소 등을 꾸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매번 고척돔이나 공단을 갔다가 입맛만 다시고 돌아오는 식이다. 히어로즈 관계자는 "공사 기간이 최소 한 달이다. 시범경기 전에 끝내려면 시간이 많지 않다"면서 "선수들이 운동할 수 있게 웨이트 트레이닝 장만 먼저 꾸미겠다고 했다가 거절당했다. 그러면 운동할 때 사용할 거울만 우선적으로 비치하겠다고 했다가 또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결국 모든 건 계약서가 없어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공단의 갑질로 해설될 만한 사건이 발생한다. 지난해 11월 초 쿠바와의 평가전이 열렸을 때다. 공단 관계자가 히어로즈 구단에 전화를 걸었다. "서둘러 라커룸을 만들라"고. 국가대표 팀 경기에 앞서 라커룸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웠던 것일까. 계약서 없이는 못 하나 박지 못하는 원칙을 깨고 일방적인 요구를 했다. 이에 히어로즈 관계자는 "자신들이 원할 때는 서둘러 일을 추진하더니 지금은 정반대다. 계약서만 해도 문구를 바꾸는 데 몇 주가 걸리지만 초안 조차 보내오지 않는다"며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동 공간이 적어 문제가 되고 있는 고척돔 관중석. 스포츠조선 DB.

양측은 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핵심은 왜 공단이 계약서 작성을 미루고 있느냐다. 히어로즈 구단이 며칠 간 고척돔을 쓸지, 프로야구가 없는 때 고척돔 활용 방안은, 내부 시설 사용은 어떻게 등 합의해야 할 사항이 산적한데, 공단은 왜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양 측이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문제 중 가장 ?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부분은 스카이박스와 VIP룸. 고척돔에는 총 16개의 스카이박스, 1개의 VIP룸이 있다. 현재 히어로즈 구단은 8개의 스카이박스를 1년 임대 형식으로 사용하겠다는 입장이고, 공단은 16개를 모두 "대관해 쓰라"고 맞서고 있다.

먼저 히어로즈 구단 관계자의 말이다. "(모기업이 없는) 우리 구단은 광고주, 고객이 많다. 스카이박스를 8개라도 운영해 마케팅 쪽으로 활용하고 싶다. 이를 테면 한 스카이박스는 '넥센'만을 위한 방으로 꾸미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이 스카이박스로 돈을 벌겠다는 게 아니다. 공간사용료를 다 지불할테니, 8개를 임대 형식으로 쓰게 해달라."

공단 입장은 정반대다. "고척돔은 프로야구 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다. 콘서트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이 때문에 스카이박스를 임대해 줄 수는 없다. 경기가 열릴 때마다 대관해서 써라."

하지만 여기에 숨겨진 진실이 있다. 바로 MOU 당시 구두 계약이다. 당시 시와 히어로즈는 "스카이박스 8개는 임대로, 나머지 8개는 대관방식으로 사용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다가 지금은 공단이 말을 바꾼 상황이다. 이번 사태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히어로즈 입장에서는 시즌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별로 없다. 공단이 계약 문제를 질질 끄는 것도 '시간은 자신의 편'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스카이박스 문제를 놓고 합의를 보지 못하면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일은 더 늦어진다. 그러면 고척돔 이사는 커녕 목동에서 시범 경기가 열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출마 선언한 공단 이사장

이런 상황에서 계약 지연과 직결될 또 하나의 변수가 튀어나왔다. 오성규(48)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이 4·13총선 출마를 위해 최근 사직서를 제출한 것. 소식을 접한 히어로즈는 근심만 늘었다. "결정을 내릴 수장이 없는 상태다. 지금도 공단 쪽 관계자를 만나면 '내게는 결정권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계약과 관련돼 진전된 부분은 아무 것도 없다"며 "새로운 이사장이 다시 오면 처음부터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닌지 걱정이다. 시간만 자꾸 흘러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단은 "그런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공단 관계자는 "대행 체제로 일 처리에는 문제가 없다. 다음주 계약서를 히어로즈 구단에 보낼 예정"이라며 "몇 가지 사항에서 이견이 있지만, 무리없이 합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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