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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지난달 30일 오재원과 FA 계약을 맺었다.
우여곡절이 많은 계약이었다. 복잡다단한 요소들이 그의 몸값에 작용했다.
이 과정에서 두산 한 고위수뇌부는 당초 "오재원이 4년 60억원 수준의 계약을 원하고 있는 것 같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직접 만나서 한 차례 말했고, 전화 통화로 재확인했다.
두산 고위수뇌부들은 '프리미어 12' 대회 장소에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대만에서 그랬고, 일본에서도 그랬다. 기본적인 목적은 FA로 풀린 김현수의 의중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에는 FA로 풀린 오재원의 동향을 체크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당초 두산은 FA로 풀린 오재원의 계약에 대해 미적지근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우승 직후 김승영 사장은 인터뷰에서 "(해외진출을 하지 않을 시) 김현수는 꼭 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재원도 필요한 선수다. 하지만, 김현수의 계약이 체결되고 난 뒤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즉, 오재원의 계약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미 보도된 내용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비판 일색이었던 오재원의 '여론 동향'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당시 준플레이오프 넥센과의 2차전에서 서건창의 번트 수비를 하던 오재원은 1루 수비 커버에 들어가면서 실랑이가 오갔다. '베이스를 비워주지 않는 수비'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넥센 측에 따르면 시즌 초반 두산 1루수 고영민의 발에 걸려 십자인대파열이라는 트라우마가 있었던 서건창은 "좀 피해주지"라고 했고, 욕설로 잘못 알아 들은 오재원은 순간적으로 격하게 반응했다. 결국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 승부에 대한 집중력과 투지가 과도하게 높은 오재원은 갑론을박이 많은 선수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 주장으로서 벤치클리어링의 빌미를 제공한 오재원에 대한 비판이 들끓었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두산 내부에서 조차 오재원의 이런 행동은 과도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즉, 두산 입장에서 오재원은 공수주 능력과 뛰어난 승부욕을 갖춘 필요한 선수였지만, 계속되는 비판때문에 FA 재계약에 부담을 느끼는 딜레마가 있었다. 두산이 당초 오재원의 FA 계약에 미온적인 핵심적 이유였다.
하지만 프리미어 12에서 선전이 여론의 동향을 완전히 바꿔놨다. 준결승 일본전에서 9회까지 0-3으로 패색이 짙던 순간. 오재원은 선두타자로 나서 배짱 두둑한 타격을 했다. 안타를 치고 출루했고, 결국 대역전극의 시발점이 됐다.
분위기 자체를 바꿔놓은 오재원의 겁없는 플레이와 달콤한 결과가 맞물리면서 '오열사'라는 애칭을 얻었다. 일순간 오재원에 대한 비판이 순식간에 찬사로 바뀌었다.
FA로 풀린 오재원의 시장가치가 극적으로 상승하는 기폭제를 마련했다. 당연히 '여론 부담'을 떨친 오재원을 물밑에서 노리는 구단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들 역시 오재원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다, 여론 때문에 소극적인 행보를 하던 팀들이었다.
두산의 한 고위수뇌부는 "프리미어 12에서 만나는 관계자들이나 선수들 사이에서 '오재원을 잡으려면 50억 이상 60억까지 줘야 한다'는 얘기를 수없이 들었다"고 했다.
2년 전부터 시작된 'FA 광풍'은 올 시즌에도 이어졌다. 박석민이 4년 최대 96억원, 정우람이 4년 84억원을 기록하는 등 쓸만한 선수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지난달 18일 퇴소한 오재원은 19일 두산 협상 당사자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양 측 모두 구체적인 금액을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김현수는 메이저리그행이 결정됐다. 오재원의 경우, 원하는 구단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프리미어 12 직후 절정을 치달았던 오재원의 시장가치가 조금씩 떨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두산은 협상 전략의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모기업의 어려움이 겹치면서, 두산은 최대 4년 40억원이라는 기준점을 마련했다. 한 고위수뇌부는 "그동안 면밀히 살펴본 결과 오재원이 4년 60억원 수준의 계약을 원하고 있다고 파악했다"며 "두번째 협상에서 4년 40억원 이상은 안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오재원과 그의 대리인은 '다른 팀도 알아봐야 하기 때문에 일단 알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2차 만남이 마감됐다. 이 과정에서 오재원 측으로부터 4년 45억원이라는 조건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시장이 차갑게 식으면서 두산이 원하는 4년 38억원에 최종 합의가 됐다. 지난달 29일 만났고, 30일 발표됐다. 이 과정에서 두산 관계자는 "오재원이 협상에서 까다로운 스타일이 아니다. 수많은 변수가 있었지만, 최종단계에서 별 무리없이 계약했다"고 덧붙였다. 양 측의 세 차례 만남에 대한 상세한 결과는 추후 알려진 것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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