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중간한 결과는 없을 것 같다. 최고의 시너지가 아니면 최악의 참사. 한화 이글스의 2016시즌 마운드는 양극단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크다. 천국과 지옥의 문, 과연 어느 쪽이 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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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의 공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언터처블'이다. 150㎞를 넘나드는 묵직하고 빠른 패스트볼, 그리고 이보다 더 위협적인 날카로운 슬라이더 앞에 타팀 타자들은 추풍낙엽처럼 나가 떨어진다. 우려했던 스태미너 문제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정확한 5일 로테이션 등판을 통해 로저스는 손쉽게 승리를 쌓아간다. 20승 투수의 재현이 임박했다.
수술 후 재활을 성공적으로 마친 배영수와 이태양은 여유있게 5월 초순부터 정상적으로 로테이션에 돌아왔다. 그 사이 공백을 메워준 것은 FA로 데려온 심수창과 2차 드래프트 영입 선수인 베테랑 송신영. 이들은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비교적 안정적으로 호투해줬다. 외국인 투수 2명과 송은범, 안영명이 확실하게 4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주고 있는데다 김민우와 배영수, 이태양까지 돌아온 덕분에 선발의 여유가 많다. 그래서 더욱 느긋한 로테이션 운용이 가능해졌고, 선수들의 피로감도 덜 쌓이는 효과가 발생한다.
정우람이 중심이 된 불펜은 더욱 강화된다. 박정진-권 혁-정우람의 좌완 불펜 3인방이 상황을 분담해 나선다. 박정진은 체력을 감안해 원포인트로 짧게 던지고 마무리는 정우람과 역시 재활을 성공리에 마친 윤규진이 더블 스토퍼 체재로 맡는다. 송창식과 권 혁은 롱릴리프다. 여기에 베테랑 이재우도 중요한 순간마다 관록있는 피칭을 한다.
이 시나리오대로만 유지된다면 한화는 팀 평균자책점 3점대 후반에서 4점대 초반을 노릴 수 있다. 이는 곧 우승권으로 직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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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후반기에 이미 로저스에 대한 각 구단의 전력분석은 끝났다. 공략 포인트가 명백히 드러난 마당이라 특별히 긁히는 날이 아니고서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 구위는 여전하지만 쉽게 흥분하는 성격이 문제가 되면서 이기는 만큼 많이 진다. 어쨌든 두 자릿수 승리는 거두지만, 기대에는 못 미친다.
뒤늦게 계약한 또 다른 외국인 투수는 기대 이하였다. 초반 5경기에서 부진을 거듭하다 2군행을 통보받고 컴백한 뒤 조기 퇴출 수순을 밟게 된다. 지난해에 이어 외국인 선수 문제는 한화의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된다.
이태양과 배영수, 윤규진 등 재활 선수들은 좀처럼 이전의 위력을 쉽게 찾지 못한다. 가능성은 보여주지만, 아직 완전한 구위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결론만 남긴 채 1, 2군을 오가는 패턴을 반복한다. 그나마 부상이 재발하지 않은 것이 유일한 위안이다. 어쨌든 미래에 대한 희망은 또 남긴 셈이다.
송신영과 이재우는 나이의 한계를 결국 극복해내지 못한다. 관록은 차고 넘치지만, 구위 자체가 힘좋은 후배들을 뛰어넘기에는 무리다. 초반 5경기 정도까지는 구위가 통하지만, 패턴이 타자들의 눈에 익힌 뒤부터는 여지없이 난타당하기 일쑤다.
정우람은 스태미너 파트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7월까지 평균자책점 1점대의 막강한 위력을 드러냈지만, 잦은 등판에 따른 피로감으로 인해 급격한 체력과 구위 저하 증세를 보인다. 마치 2015시즌 권 혁의 재현을 보는 듯 하다. 근본적인 이유는 불펜에서 박정진과 윤규진이 제대로 활약해주지 못했기 때문. 결국 정우람과 권 혁이 거의 매일 등판하는 혹사 패턴이 이어지며 한화 마운드는 갈수록 불안해진다. 결국 한화는 올해도 시즌 막판까지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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