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게만 보였던 메이저리그가 이제 부쩍 가까워진 듯 하다. 박찬호와 추신수 이후 명맥이 사라진 듯 했던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이 최근 몇 년간 우후죽순처럼 늘어났기 때문이다. 류현진을 시작으로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또 박병호와 김현수가 각각 미네소타와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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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흥행 참패의 이유를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맹활약 때문'이라고 하는 건 옳지 않다. 이 시기는 한국이 대경제 위기를 맞이했던 'IMF 시기'다. 기업들의 줄도산이 이어지고,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횡행했던 때다. 평일 저녁에 프로야구장을 찾아 여유있게 치킨에 맥주를 먹고 마시며 야구를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나마 국민들은 새벽과 아침시간에 TV 중계를 통해 공짜로 박찬호의 대활약을 지켜보며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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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KBO리그에서 팬을 몰고 다녔던 스타플레이어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것으로 인해 KBO리그의 흥행이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는 팩트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이다.
일시적으로는 관중이 감소할 수도 있겠지만, 그 데미지를 극복할 수 있는 흥행 요소들이 또 충분히 있다. 무엇보다 팬들이 야구를 즐기는 문화 자체가 20년전 박찬호 시대와는 전혀 달라졌다. 단순히 '야구만 보러' 야구장에 가는 게 아니다. 그 안에서 즐기는 고유한 문화 요소들이 적지 않다. KBO리그의 독특한 팬문화는 메이저리그와는 전혀 다르다. 그 뿌리도 매우 깊이 내려져 있다.
결국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경기 영상을 보고난 뒤에도 야구장에 올 사람은 온다. KBO리그가 할 일은 그들을 확실하게 사로잡을 수 있는 흥행 요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구단들은 한층 더 다양한 팬서비스와 마케팅 요소를 도입해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선수들 역시 팬들의 사랑을 더욱 끌어낼 수 있도록 경기에 몰두하는 동시에 스타성을 개발해야 한다.
이는 곧 개인과 리그의 동시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미 KBO리그에서 톱클래스 선수라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한다는 것이 증명됐다. 류현진과 강정호, 박병호, 김현수가 높은 평가를 받고 메이저리그에 직행했다. 결국 다른 스타플레이어도 한층 더 기량을 끌어올린다면 얼마든지 메이저리그의 콜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동기 부여는 결국 리그의 질적 향상으로 연계되고 지속적인 새로운 스타플레이어의 탄생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선수들의 특급 플레이를 보기 위해 팬들도 야구장으로 몰려들 수 있다. 긍정의 선순환 구조가 탄생하는 셈이다. 때문에 메이저리그의 공습은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KBO리그 발전과 성장의 찬스일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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