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공습]위기? 오히려 한국야구 성장의 찬스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12-28 17:00 | 최종수정 2015-12-28 20:09


멀게만 보였던 메이저리그가 이제 부쩍 가까워진 듯 하다. 박찬호와 추신수 이후 명맥이 사라진 듯 했던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이 최근 몇 년간 우후죽순처럼 늘어났기 때문이다. 류현진을 시작으로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또 박병호와 김현수가 각각 미네소타와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게 됐다.

박병호
◇코리안 메이저리그이 대폭 증가로 인한 메이저리그의 문호 개방이 한국 프로야구에 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그러나 이는 KBO리그의 자생력과 국내 팬문화를 깊이 이해하지 못한 해석이다. 오히려 부흥의 새로운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 미네소타에 입단한 박병호. 사진=미네소타 홈페이지 캡쳐

이제 현역 코리안 메이저리거는 추신수(텍사스)와 류현진(LA다저스) 김현수 박병호 강정호(피츠버그)에 마이너리그에서 승격한 최지만(LA에인절스)까지 총 6명이나 된다. 만약 이대호마저 메이저리그에 입성한다면 7명으로 늘어난다.

이러한 메이저리그 문호의 대개방이 결과적으로는 한국프로야구 흥행에는 악재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내놓는 우려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하던 시기에 결정적으로 한국 프로야구는 흥행 참패의 폭탄을 맞았다. 1997년부터 2002년까지 6년간 KBO리그 시즌 평균 관중은 고작 294만명에 그쳤다.

하지만 이런 흥행 참패의 이유를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맹활약 때문'이라고 하는 건 옳지 않다. 이 시기는 한국이 대경제 위기를 맞이했던 'IMF 시기'다. 기업들의 줄도산이 이어지고,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횡행했던 때다. 평일 저녁에 프로야구장을 찾아 여유있게 치킨에 맥주를 먹고 마시며 야구를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나마 국민들은 새벽과 아침시간에 TV 중계를 통해 공짜로 박찬호의 대활약을 지켜보며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강정호
내년 시즌 피츠버그 강정호의 바블헤드가 나온다. 스포츠조선 DB

결국 KBO리그에서 팬을 몰고 다녔던 스타플레이어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것으로 인해 KBO리그의 흥행이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는 팩트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이다.

물론 아무런 영향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거시적인 측면에서 프로야구의 흥행은 한 두명의 스타플레이어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KBO리그는 700만 관중 시대를 훌쩍 넘어 이제 800만~900만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완전한 성숙기에 접어든 셈이다. KBO리그의 자생력은 이제 스타플레이어의 해외 진출 여파를 온전히 견뎌낼 정도까지 성장했다고 봐도 된다.

일시적으로는 관중이 감소할 수도 있겠지만, 그 데미지를 극복할 수 있는 흥행 요소들이 또 충분히 있다. 무엇보다 팬들이 야구를 즐기는 문화 자체가 20년전 박찬호 시대와는 전혀 달라졌다. 단순히 '야구만 보러' 야구장에 가는 게 아니다. 그 안에서 즐기는 고유한 문화 요소들이 적지 않다. KBO리그의 독특한 팬문화는 메이저리그와는 전혀 다르다. 그 뿌리도 매우 깊이 내려져 있다.

결국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경기 영상을 보고난 뒤에도 야구장에 올 사람은 온다. KBO리그가 할 일은 그들을 확실하게 사로잡을 수 있는 흥행 요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구단들은 한층 더 다양한 팬서비스와 마케팅 요소를 도입해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선수들 역시 팬들의 사랑을 더욱 끌어낼 수 있도록 경기에 몰두하는 동시에 스타성을 개발해야 한다.


이는 곧 개인과 리그의 동시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미 KBO리그에서 톱클래스 선수라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한다는 것이 증명됐다. 류현진과 강정호, 박병호, 김현수가 높은 평가를 받고 메이저리그에 직행했다. 결국 다른 스타플레이어도 한층 더 기량을 끌어올린다면 얼마든지 메이저리그의 콜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동기 부여는 결국 리그의 질적 향상으로 연계되고 지속적인 새로운 스타플레이어의 탄생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선수들의 특급 플레이를 보기 위해 팬들도 야구장으로 몰려들 수 있다. 긍정의 선순환 구조가 탄생하는 셈이다. 때문에 메이저리그의 공습은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KBO리그 발전과 성장의 찬스일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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