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부터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올해 FA시장은 최고활황이었다. 지난해 역대 최다인 720억6000만원을 이미 넘어섰다. 최대어인 김현수가 메이저리그와 국내 잔류로 여전히 고민중이고, 오재원은 기초군사훈련, 고영민은 찾는 이가 없어 현재로선 두산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산이 아무리 높아도 정상이 없을 순 없다. 국내 프로야구 현실을 감안하면 지금의 FA상황은 부담스런 수준이다. 입장료와 선수몸값을 단순 환원하면 일본프로야구 입장료는 한국의 대략 5배 수준이다. 하지만 선수몸값은 일본의 절반 가까이 따라잡은 상태다. 주범은 F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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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의미심장한 일이 있었다.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11일 제일기획으로 소속을 옮겼다. 삼성 스포츠단은 전부 제일기획 아래로 모였다. 장기적으로 효율적인 스포츠마케팅 강화, 자생력 확보 등을 얘기하지만 핵심은 투자할 돈이다. 수원 삼성 축구단의 경우 한때 리그 큰손으로 통했지만 최근엔 살림살이가 팍팍해 졌다.
야구단은 여러 종목 중 몸집이 가장 크다.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많고 페넌트레이스가 길다. 중계권료와 입장료 등이 타종목에서 비해선 많지만 지출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나가는 돈을 줄일 수 있는 곳은 뻔하다. 대형 외부FA와 외국인선수 연봉이 그 핵심이다. 삼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외부FA를 데려가지 않았다. 핵심선수인 박석민도 무리해서 잡지 않았다.
삼성의 태도변화가 프로야구판에 어떤 형태로든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삼성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통합우승을 해 우승에 대해 무리한 욕심을 내진 않아도 된다. 우승을 하고자 하는 팀은 큰맘 먹고 지갑을 열고 있다. 한화 롯데는 그룹차원의 지원이 남달랐고, NC는 프랜차이즈 강화와 반발짝 부족했던 전력을 메우기 위해 올인했다. 다른 팀들은 뛰는 이들 틈바구니속에 빨리 걷는 시늉이라도 해야했다.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FA광풍이 예견되고 있다. 김광현(SK) 양현종(KIA) 최형우(삼성) 황재균(롯데) 등 A급 예비FA들이 많다. 같은 시기, 같은 고민을 할 가능성이 크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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