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전의 '작두 탄 투수교체'가 다시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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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런 빼어난 투수교체를 해낸 주역은 바로 김인식 대표팀 감독과 선동열 대표팀 투수코치였다. 각각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두 사람은 대표팀에서는 '감독'-'투수코치'로 만났다. 원래부터 투수 교체에 관해서는 서로 일가견이 있는 인물들이지만, 대표팀의 틀 안에서는 업무 분담을 했다. 김 감독이 전체적으로 팀을 이끌고 선 코치는 투수파트를 전담했다. 그래서 당시 대회 이후 김 감독은 "투수교체는 전부 선 코치가 하자는 대로 따랐다"며 공을 돌렸다. 그러나 교체의 최종 승인은 늘 감독의 몫이다. 만약 김 감독이 선 코치가 정확하게 교체 타이밍을 공감하지 않았다면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는 이뤄지기 어렵다. 그래서 당시의 '작두 교체'는 김인식 감독과 선동열 코치의 합작품이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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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성공적이다. 한국은 14일까지 치른 예선 4경기에서 11실점(10자책점)을 기록하며 무려 2.73의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이는 프리미어12 참가국 중 전체 3위에 해당한다. A조 캐나다와 B조 일본이 2.25로 공동 1위다. 한국 대표팀 투수진은 일본전만 제외하고는 막강한 모습이었다. 일본에는 5점을 허용했지만, 대만에서 치른 3경기에서는 총 25이닝 동안 5자책점만 내줬다. 이 기간의 평균자책점은 1.80이다.
이런 결과의 핵심적인 원동력은 역시 적절한 투수교체로 최상의 투수들을 마운드에 올렸기 때문이다. 압권은 14일 멕시코전었다. 깜짝 선발 이태양이 3이닝 동안 2실점한 이후 임창민(1⅓이닝 24구, 2안타 비자책 1실점)-차우찬(3이닝 54구, 1안타 무실점)-정대현(1⅓이닝 17구, 1볼넷 무실점)-이현승(⅓이닝 3구, 무실점)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계투 조합은 마치 9년전 WBC의 '작두 교체'를 연상케했다.
우완 정통파-좌완 정통파-우완 언더핸드-좌완 정통파로 이어지는 스타일의 변화와 칼같은 교체 타이밍 덕분에 한국은 멕시코 타선의 추격을 잠재우고 1점차의 살얼음판 리드를 지킬 수 있었다. 게다가 투구수 관리도 상당히 효율적으로 이뤄져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8강 이후의 토너먼트 싸움에도 이들을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9년 만에 부활한 김인식 감독-선동열 투수코치의 '명불허전' 투수교체가 대표팀을 어디까지 이끌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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