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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새 홈구장 타겟필드, 타겟은 무슨 의미?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11-12 09:35


박병호의 새 홈구장이 될 타겟필드. 구장 이름부터 매우 멋스럽다. 그렇다면 왜 '타겟'이 붙어있을까.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

박병호가 미국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 입단을 눈앞에 두며, 그동안 한국팬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하던 미네소타 구단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박병호가 쓰게 될 홈구장 타겟필드의 이름도 팬들 사이에서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XX마트 구장'

타겟은 우리 말로 번역하면 '목표, 표적, 과녁' 정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타겟필드의 타겟은 전혀 다른 의미다. 타켓은 미국 내 가장 대중적인 대형마트다. 빨간 원의 로고도 이 대형마트 로고다. 결국 타겟필드는 우리나라로 치면 'XX마트 구장'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이를 알고 나면 뭔가 고지식한 의미가 담겨있을 것 같은 느낌이 없어지고 피식 웃음이 나온다.

지난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입단한 강정호의 홈구장은 PNC파크다. PNC는 미국의 한 은행명이다. 이렇게 메이저리그 각 구장들 명칭의 기원을 알고 보면 재밌다. 각종 산업 분야 경쟁이 치열하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AT&T파크,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US셀룰러필드는 통신업계 라이벌전이다. 피츠버그 PNC파크 말고도 뉴욕 메츠 시티필드는 은행과 연결돼있다. 시애틀 매리너스 세이프코필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프로그레시브필드는 보험 업계다. 콜로라도 로키스 쿠어스필드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부시스타디움은 맥주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미닛메이드파크와 탬파베이 레이스 트로피카나필드는 과일음료로 회사명이 앞에 붙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펫코파크는 무슨 뜻일까. 펫코는 미국 내 가장 많은 애완동물 용품점이다.

물론, 이렇게 기업명이 들어가지 않은 구장들도 있다. 보통 전통의 팀들이 오래된 구장명을 유지한다. 뉴욕 양키스의 양키스타디움, LA 다저스의 다저스타디움,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웨이파크 등이다.

우리도 파크, 필드만 붙이면 끝?

이렇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구장 네이밍 마케팅이 매우 활발하다. PNC파크를 예로 들면 98년 PNC은행과 피츠버그가 계약을 맺었다. 2020년까지 구장 이름을 사용하는 권리로 매년 150만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이런 네이밍 마케팅 규모도 매우 커졌다. 시티필드의 경우 2009년 완공됐는데, 시티은행은 메츠에 20년간 무려 4억달러를 지불하기로 계약을 맺어 화제가 됐었다. 구단 입장에서는 엄청난 수익원이 된다. 이 돈으로 좋은 선수를 영입할 수도 있고, 팬서비스를 확대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한국프로야구는 이런 네이밍 마케팅이 왜 활발하지 못할까. 최근 프로야구를 통한 홍보 경쟁이 치열하다. 효과가 크다. 넥센 타이어가 넥센 히어로즈와 네이밍 마케팅을 체결해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넥센처럼 거액을 들여 팀명 사용까지는 못하더라도 구장 이름에만 네이밍 마케팅을 하더라도 수많은 야구팬들 사이에 이름이 오르내려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한계가 있다. 일단 한국프로야구 구단들은 자신들의 모기업 홍보가 우선이다. 기업이 주가 돼 야구단이 운영되는데, 다른 기업 홍보까지 책임져줄 여유가 없다. 내년 문을 여는 삼성 라이온즈의 신축 구장도 결국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라는 밋밋한 이름이 주어졌다. 한국프로야구도 KIA 타이거즈가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라는 구장명을 사용하며 미국을 따라해 필드, 파크를 붙이는게 유행이 됐다. 하지만 이로 인해 현명한 수익 창출원을 만들어낸 구단은 없다. 그냥 무언가 있어보이기 위한 보여주기 식이다. 한화 이글스의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보자. 한화생명으로부터 어느정도 돈을 받는다 해도, 결국 모기업 같은 계열 회사일 뿐이다.

구단 한계 뿐 아니다. 우리는 구장 사용권이 모두 지자체와 연결돼있다. 지차체는 프로야구단을 통해 광고, 이용료 등으로 돈을 벌 궁리를 하기에 바쁘다. 먹을 것 하나 구단 마음대로 못파는 상황에서 네이밍 마케팅을 시도한다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렇다고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모두 구장을 소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PNC파크의 경우 파이어리츠 소유가 아닌 피츠버그 시 소유다. 구단과 시가 25년 장기 임대계약을 맺었고, 그 기간 안에는 구단이 어떻게 사용하든 시가 관여하지 않기에 이런 네이밍 마케팅이 가능하다.

서울시가 고척돔을 임대하며 넥센으로부터 돈을 벌고 싶다. 그럼 넥센이 돈을 벌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게 우선 아닐까. 아무 의미 없는 고척스카이돔이라는 구장명보다는 수완 좋은 넥센이 네이밍 마케팅을 시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준다면 우리도 새로운 문화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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