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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감독의 '연막작전'이 옳은 이유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11-06 06:28


이제는 '전쟁'이다. 그것도 국가의 명예를 건 싸움이다. 전장에서 아군의 전략을 미리 공개하는 건 지극히 하수나 하는 행동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김인식 프리미어12 국가대표 감독이 그런 우를 범할 리 만무하다. 그래서 김 감독의 '연막 작전'은 너무나 타당하다.


프리미어12 야구대표팀이 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쿠바와의 '2015 서울 슈퍼시리즈' 1차전 경기를 펼쳤다.
야구대표팀은 오는 8일 개막하는 프리미어12에 앞서 쿠바를 초청해 4일과 5일 개장 경기 겸 평가전을 갖고 컨디션을 점검한다. 김인식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11.04
김 감독은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리는 프리미어12 야구 국가대항전의 한국 선발을 섯불리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황상 김광현이 유력할 것으로 보이지만, 김 감독은 끝내 확답을 주지 않았다. 그는 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 대표팀과의 '서울 슈퍼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김광현이 (일본전에) 준비하는데 확정은 아니다"라고 두루뭉술한 말을 했다.

반면 일본은 일찌감치 삿포로돔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일본 니혼햄 파이터스의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를 한국전 선발이라고 예고했다. 이런 상반된 자세는 왜 벌어진 것일까. 김 감독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을 했을 뿐이다. 어차피 현 시점에서 선발을 공개할 의무는 없다. 때문에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 더구나 일본이 발표했다고 해서 한국도 발표하는 건 말도 안된다. 이건 친선 경기가 아니다.

또한 한국은 쿠바 대표팀과의 친선경기를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한 이대은이라는 카드도 생겼다. 김광현과 이대은은 투구 스타일이 좌우로 완전히 상반된다. 주무기와 경기 운영 스타일 역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김 감독은 은근히 김광현과 이대은의 두 카드를 쥐고 고민하는 듯한 제스추어를 취하며 일본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제스추어는 일본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좌완 김광현이 선발인지 아니면 우완 이대은이 선발인지 지에 따라 일본은 타순 등의 전략을 달리 구성해야 하기 때문. 물론 일본 야구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이런 혼란 작전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할 수 있는 건 다 시도하는 게 맞다.

반면 일본은 좀 다른 입장이다. 오타니를 미리 선발로 예고한 이유 중의 하나는 '자신감의 발로'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일본이 주축이 돼 만든 '프리미어12' 대회의 흥행을 고려한 전략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는 특이하게 한국과 일본의 개막전 경기만 삿포로 돔에서 열린다. 이후 예선리그와 8강전까지는 전부 대만에서 치러지고, 4강전과 3~4위전, 그리고 결승전이 다시 도쿄돔에서 열린다.

일본은 이번 대회를 통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대항하는 야구 국가대항전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이런 계획의 근본적인 목적은 야구의 전세계적 인기를 되살려 2020년 도코올림픽의 정식종목으로 재채택되도록 하는 데 있다. 따라서 대회 흥행이 매우 중요하다. 그 첫 단추를 잘 꿰기 위해 '아시아의 라이벌' 한국과 일본이 개막전을 별도 편성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일본 내에서 '프리미어12'의 인기가 그리 크지 않다. 한 일본야구 전문가는 지난 4일 "개막전을 불과 4일 앞둔 시점인데 예매율이 매우 저조하다. 그래서 삿포로가 홈인 니혼햄 프랜차이즈 스타 오타니를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타니를 일종의 '얼굴마담'으로 내세워 관중 동원에 나선 것이다. 이런 명확한 입장 차이를 감안하면 김 감독의 선택은 박수를 받을 만 하다.


인천공항=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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