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에이스 니퍼트가 마운드에서 올해 '가을야구'를 윽박지르고 있다면 타석에서의 최고 지배자는 허경민(25·두산)을 꼽을 수 있다.
허경민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손가락(한국시리즈 1차전 사구)을 다친 정수빈을 대신해 리드오프로 나섰다.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공격 첨병 역할을 잘 수행했다. 정수빈의 공백을 말끔히 지워버렸다. 정수빈이 있을 때는 2번 타순에 들어가 테이블 세터 역할을 했다.
허경민이 이번 단기전에서 보여주는 집중력은 놀랍다. 그는 이번 가을야구에서 11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고 있다.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얘기가 나올 시점이다. 하지만 찬스를 만들고 또 빼어난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2015시즌 초반에는 주전이 아니었다. 허경민이 들어갈 수 있는 수비 포지션은 3곳. 그런데 유격수 자리엔 김재호, 2루수에 오재원이 확고부동했다. 3루수로는 외국인 루츠가 버티고 있었다.
허경민은 루츠가 부상과 기량 미달로 퇴출되면서 찾아온 기회를 잡았고 3루수로 고정됐다.
허경민은 올해 페넌트레이스에서 프로입단 이후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가장 많은 117경기에 출전, 타율 3할1푼7리, 128안타(1홈런) 41타점을 기록했다.
그는 1990년생 프로야구 선수 중 고교시절 최고의 유격수로 통했다. 2008년 캐나다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당시 허경민과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던 내야수가 김상수(삼성) 안치홍(경찰야구단, 원소속 KIA) 오지환(LG)이다. 당시 세계대회에서 허경민이 주전 유격수를 맡았다.
하지만 프로 입단 이후 허경민이 가장 늦게 두각을 나타냈다. 두산 구단엔 뛰어난 야수 자원이 넘쳐 났기 때문이다. 허경민은 가장 먼저 군입대(경찰야구단)해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돌아왔다. 시한폭탄 같았던 허경민의 잠재력은 이번 가을을 넘기지 않고 폭발하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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