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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결단이다. 다음 경기를 볼 수 있는 여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포스트 시즌 무대는 그렇다.
두산은 NC 선발 해커를 상대로 1회말을 제외하고 매회 주자를 내보냈다. 오재원은 그렇게 만들어진 찬스 상황에서 세 차례 타석에 들어섰다. 해커는 다양한 구종을 능수능란하게 던지는 19승짜리 에이스. 포심과 투심 직구, 슬라이더, 커터, 커브 등 5가지 구종을 자신있게 던진다. 특히 위기에서의 몸쪽 코너워크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두산은 5회까지 숱하게 찬스를 만들고도 선취점을 올리지 못했다.
두 번째 찬스는 4회말 1사 1,2루였다. 이번에도 의욕이 앞섰다.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141㎞짜리 바깥쪽 공을 노렸지만 좌익수에게 잡혔다.
양팀 선발간의 팽팽한 투수전, 선취점은 대단히 중요했다. 두산은 6회말 민병헌의 좌익선상 2루타, 김현수의 볼넷, 양의지의 우중간 안타로 무사 만루의 찬스를 맞았다. 믿었던 베테랑 홍성흔이 1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나고 오재원이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오재원에게는 앞선 두 타석과 다른 좀더 신중한 코스 선택이 필요해 보였다. 해커의 초구 몸쪽으로 낮게 떨어지는 131㎞짜리 슬라이더에 헛스윙, 이어 2구 직구는 볼로 골랐다. 해커는 이날 좌타자들을 상대로 집요하게 몸쪽 승부를 펼쳤다. 3구째 체인지업이 다시 몸쪽을 파고들었다. 또다시 헛스윙. 4구째 해커는 131㎞ 슬라이더를 낮은 코스로 떨어뜨렸다. 유인구의 성격을 지닌 승부구였다. 오재원은 참아냈다. 첫 두 타석과는 다르게 접근했다.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130㎞짜리 슬라이더가 또다시 몸쪽 낮은 코스로 날아들었다. 이번에는 4구째보다는 약간 높았다. 오재원은 예상했다는 듯 가볍게 배트를 돌려 원바운드 타구를 날렸다. 공은 약간 전진수비를 하고 있던 1루수 테임즈의 키를 넘어 우익수 앞으로 굴러가는 2타점 적시타가 됐다. 두산의 2-0 리드. 해커의 슬라이더를 무너뜨린 오재원의 집중력이었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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