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전쟁이다. 뒷문을 걸어 잠근 두산은 웃었고, 그렇지 못한 넥센은 울었다. 단기전에서 가장 중요한 마운드 싸움. 선발과 마무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같다. 다만 올 가을야구에서는 오히려 뒤쪽에 무게감이 실리는 모양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SK 마무리 정우람이 무너졌다. 3-3으로 맞선 연장 11회 야수들이 1점을 뽑았지만, 2루타 두 방에 실책이 겹치며 패전 투수가 됐다. 준플레이오프는 더 했다. 넥센 마무리 조상우가 잇따라 얻어 맞았다. 4차전까지 3차례 등판해 3⅓이닝 7피안타 4볼넷 5실점(4자책). 평균자책점이 무려 10.80이다. 반면 두산 마무리 이현승은 안정된 투구로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았다. 3경기에서 1승2세이브. 3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볼넷 1개만 내줬다. 직구 최고 스피드는 조상우에 비해 5~6㎞ 느리지만, 코너워크가 기가 막혔다. 과감하게 찔러 넣는 몸쪽 직구와 슬라이더의 위력이다.
NC 임창민(30)은 이런 과정을 TV를 통해 모두 지켜봤다. 마무리의 고충을 잘 알기에 "불펜 투수가 무너지면 내가 다 안타까웠다"고 했다. 누구라도 떨 수밖에 없는 무대가 포스트시즌이라는 설명. 임창민은 "코칭스태프가 많이 배려해 주셔서 정규시즌에서는 1이닝만 던지면 됐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아니라 팀에 포커스를 맞춰야 할 때"라며 "당연히 1이닝 이상 던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몸에 무리가 간다는 말은 무의미하다. 가을 야구는 다 그런 것"이라며 "상대 팀도 그렇게 나올 것이다. 무조건 막는다는 생각만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만 해도 마무리 중책을 맡지 않았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치를 당시 NC 필승계투조는 왼손 손정욱에 손민한, 임창민, 원종현, 김진성이 꾸렸다. 가장 마지막에 등판하는 선수는 김진성.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왼손 임정호에 김진성 최금강 임창민 순으로 등판할 공산이 크다. 그는 올 정규시즌에서도 61경기 1승5패 31세이브 3.80의 평균자책점으로 세이브 부문 2위에 올랐다. 대성초등학교 선배 임창용(33세이브·삼성)이 그 위다.
임창민은 이번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가 진행되는 동안 일부러 공을 많이 던졌다. "캠프 때 훈련하는 느낌이다. 100%의 힘으로 공을 뿌렸다"고 했다. 이유가 있다. 실전 감각이 떨어질 것이 분명해 전력 피칭으로 밸런스를 맞추고 감각도 끌어올려야만 했다. 그는 "이렇게 훈련해도 어차피 회복할 시간이 있다. 실전 피칭과 연습 피칭은 다르고, 또 그에 대한 데미지도 다르기 때문에 일부러 실전을 하는 느낌으로 공을 던졌다"고 말했다. 이어 "9월에 좀 안 좋았다. 제구, 스피드, 변화구 등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다행히 재정비할 시간이 있어 가을야구를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배들도 올해만큼은 '일 한 번 내보자'로 후배들을 독려하고 있다. 세밀한 부분까지 준비를 하고 있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그는 "이호준, 이종욱, 손민한 선배들이 '경기는 편하게 하라'고 말씀하시면서도, '연습은 더 많이 해야 한다. 네가 다 됐다고 해도 더 해라. 지금밖에 할 시간이 없다'고 하신다. 후배들도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다"며 "작년에는 페넌트레이스처럼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은 자신감만으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경험이 됐다. 나뿐만 아니라 다들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뒤 "두산에는 경기를 풀어나갈 줄 아는 타자들이 많다. 넥센의 스윙과는 또 다르다. 그렇지만 어떤 상황이든 자신 있게 내 공을 던져 승부를 하겠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