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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농담으로 시작했다. 신경전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다.
포스트 시즌은 총력전이다. 주력 투수와 함께 최대한 야수를 엔트리에 많이 넣으려고 한다. 승부처에서 대주자, 대타를 쓸 수 있는 옵션을 최대한 많이 준비시키기 위해서다.
NC 김경문 감독은 이런 부분을 대비한 만반의 준비다.
아무런 반응이 없던 넥센과 달리 이호준은 확실히 강한 입담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사실 나는 투수 출신이다. 프로에서 던진 적도 있다. 감독님이 내심 원 포인트로 기용하실 줄 알고 기대했었다"며 "1루 수비는 김태형 감독의 과찬처럼 강하지 않지만 모든 타구를 몸으로 막을 수 있다. 내 배가 글러브인 셈"이라고 되받아쳤다.
김태형 감독은 한 술 더 떠 "NC에 이호준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히든카드 홍성흔이 있다. 홍성흔이 포수로 나서고 이호준이 1루 수비를 하면 좋은 팬 서비스가 될 것 같다"고 했다.
물론 농담이다. 절체절명의 포스트 시즌에서 두 선수의 1루와 포수 기용은 일단 시나리오에 없다. 정말 비상 시국에서 낼 수 있는 응급처방이다.
그런데, 두 선수의 수비 출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까. 아니다. 충분히 가능하다.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포스트 시즌이기 때문이다.
실제, 홍성흔은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포수로 출전할 가능성이 있었다. 양의지와 최재훈이 모두 그라운드를 밟은 뒤 벤치로 나간 상태. 여기에 홍성흔마저 8회 대타로 출전한 뒤 교체됐다. 만약 두산이 9회 수비를 해야 했다면 포수 자리는 마땅한 카드가 없었다. 4차전을 앞두고 두산 김태형 감독은 "김동한을 포수로 준비시키고 있었다"고 했다. 백업 요원인 김동한은 내야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수비수로 평가받고 있었다.
만약, 홍성흔이 남아 있었다면 마스크를 쓸 수도 있었다는 의미.
결국 플레이오프에서도 홍성흔이 비상상태에서 마스크를 쓸 확률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호준 역시 마찬가지다. 5번 지명 타자로 나서는 이호준이지만,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수비에 투입될 지 모른다.
양 팀은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지만, 나성범의 투수와 이호준의 1루수, 그리고 홍성흔의 포수는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그만큼 비상 상태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야구장을 찾은 야구 팬은 즐겁겠지만 말이다. 창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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