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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도 빛난 박병호, 두산에게 공포였다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10-15 09:50


2015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13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렸다. 넥센 박병호가 7회말 2사 1루에서 유한준의 적시타때 홈으로 쇄도하고 있다.
목동=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15.10.13/



4차전이 끝난 뒤 넥센 박병호는 너무나 아쉬워했다. 살짝 살짝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한마디로 박병호는 슬퍼할 자격이 있다.

그는 확실히 탁월한 경기 지배력을 갖춘 선수다. 눈에 보이는 강력한 장타력 뿐만 아니라 디테일한 플레이도 일품이었다. 단지 '장타력이 강하다', '팀 플레이에도 능하다'라는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강력한 경기 지배력을 갖췄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플레이였다. 사실 박병호의 타격감은 준플레이오프에서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바깥쪽 헛스윙을 할 때 뒷 다리가 살짝 살짝 들렸다. 그의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나오는 습관적 동작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두산의 집중견제에 극한의 인내심을 발휘했다. 결국 시리즈 타율은 3할6푼4리를 기록했다. 2개의 홈런을 뽑아냈다. 단지 타격 뿐만이 아니다. 그는 주루에서도 보이지 않는 공헌도가 매우 높았다.

4차전 경기 전 넥센 염경엽 감독은 박병호의 적극적 주루 자세를 칭찬했다. "3차전 5회 유한준의 안타는 박병호의 적극적 주루 플레이 때문"이라고 했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2-0으로 앞선 넥센. 5회 선두타자로 나선 박병호는 깔끔한 좌전안타를 때렸다. 바뀐 투수 노경은의 폭투에 2루에 도달. 여기에서 계속적인 스킵 동작을 펼쳤다. 당연히 유격수 김재호는 2루 견제를 위해 유격수 자리와 2루 베이스를 왔다갔다 했다. 이 과정에서 유한준은 유격수 앞 땅볼을 날렸다. 하지만, 2루 베이스에 들어갔다가 역동작에 걸린 김재호는 타구를 잡지 못했다. 박병호의 적극적 스킵 동작의 긍정적 효과. 결국 박병호는 3루에 도달.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져 있던 유한준은 안타를 때려냈다. 박병호는 김민성의 좌익수 희생 플라이에 홈을 밟았다. 경기 흐름 상 매우 중요한 득점이었다.

4차전에서도 박병호의 주루는 매우 중요했다. 두산 선발 이현호의 특성때문이다.

그는 150㎞에 육박하는 패스트볼을 던진다. '영점'만 잡히면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들쭉날쭉한 제구력과 함께 세부적인 약점이 있다. 주자가 출루했을 때 투수들은 흔히 퀵모션이라고 부르는 슬라이드 스텝으로 투구를 한다. 이현호의 정상적인 와인드 업 자세의 투구와 슬라이드 스텝의 투구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위력 자체가 약간씩 반감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출루 시 주자들의 움직임이 가장 중요했다. 넥센 타선에서 출루할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은 타자는 박병호다. 공포스러운 장타력과 탁월한 타격 기량 때문에 철저하게 유인구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결국 볼넷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박병호의 장타력에 가려져 그의 주루 플레이는 시선에서 차단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는 2012년 31홈런, 20도루로 20-20을 달성한 호타준족이다.


1승2패로 뒤져있는 넥센. 게다가 2회 두산은 먼저 2점을 얻었다. 때문에 넥센은 추격의 1점이 너무나 필요했다. 박병호는 2회 선두타자로 나서 결국 볼넷을 얻어냈다. 1회 간단히 삼자범퇴로 마친 이현호의 투구내용은 이때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박병호는 적극적인 스킵 동작으로 이현호의 시선을 분산시켰다. 여차하면 뛴다는 사인을 보냈고, 결국 이현호는 흔들렸다. 포스트 시즌 첫 선발 무대인 이현호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유한준의 볼넷.

그리고 김민성의 3루수 앞 땅볼 때 3루에 도달했다. 결국 스나이더의 2루수 앞 땅볼로 추격의 1점을 만회했다.

박병호의 적극적 주루 플레이는 이후에도 영향을 발휘했다. 후속타자 김하성의 안타. 2사 주자 1, 3루 상황에서 이현호가 1루에 견제 악송구, 결국 동점이 만들어졌다.

박병호는 5회 선두타자로 나서 자신의 주특기인 중월 솔로포를 터뜨렸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더욱 빛난 부분은 이현호를 사실상 무너뜨린 박병호의 스킵 동작이었다. 결국 경기 초반 쉽게 갈 수 있었던 두산은 넥센 박병호를 중심으로 한 적극적 주루 때문에 2-9까지 뒤졌다. 확실히 박병호는 방망이 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팀의 승리를 이끌 수 있는 요인을 갖춘 선수다.

목동에서 마지막 경기. 어쩌면 박병호 개인 입장에서는 넥센에서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지배력을 극대화했다. 상대팀 입장에서는 공포스러운 에이스였다. 확실히 그는 메이저리그에 갈 자격을 갖춘 선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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