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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후에는 선발로 던져야 할 투수다.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
조상우는 한국 야구가 흥미로워할 만한 투수다. 듬직한 체격에 빠르고 힘있는 직구는 리그 최고 수준이다. 이런 하드웨어는 찾아보기 힘들다. 조상우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눈여겨 본 염 감독은 지난해 그를 필승조로 키워냈고 올시즌 막판에는 마무리로 돌려 기회를 줬다.
하지만 어린 선수가 큰 트라우마를 입을 수 있는 위기에 놓였다.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큰 경기 마무리 투수로의 부담감을 드러냈다. 제구가 들쭉날쭉했고, 불안해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두산 타자들은 조상우가 나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눈에 불을 켜고 타격에 임했다. 마지막 4차전은 악몽이었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두산 관중들의 큰 야유까지 더해지자 조상우는 흔들렸다. 프로선수니 야유 정도는 이겨내고 공을 던져야 한다고 하지만, 어린 선수가 쉽게 이겨낼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물론 시즌 막판부터 와일드카드 결정전, 이어지는 준플레이오프 일정까지 많은 공을 던진 후유증도 잇었다.
조상우 입장에서는 지나간 일은 빨리 잊고 배웠다고 생각하고,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였다고 여기면 된다. 이번 준플레이오프로 야구를 끝낼 자원이 아니다. 미래 한국야구를 이끌 잠재력을 갖춘 투수다. 염 감독도 조심스럽게 조상우의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염 감독은 "계속 마무리로 던질 투수는 아니다. 1~2년 뒤에는 선발로 던져야 한다"고 말하며 "그러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선발이 갖춰야 하는 변화구도 익혀야 하고, 체력-경기 운영 등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무리가 중요한 보직이기는 하지만, 조상우의 재능이라면 선발투수로 더 큰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 선수 본인 하기 나름이다. 지금의 아픔을 더 큰 발전을 위한 발판으로 만들지, 아니면 아픔으로만 간직할 것인지는 향후 노력에 따라 결과가 갈릴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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