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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흐름 결정짓는 실투, PS에서도 꼭 있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5-10-14 10:12


넥센 서건창이 13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두산 선발 유희관의 높은 직구를 받아쳐 중월 홈런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단기전에서 실수는 치명적이다. 특히 투수의 실투 하나는 경기의 흐름을 그르치고 패배를 몰고 오기 마련이다. 수비, 베이스러닝, 작전 등 수없이 많은 요소가 승부를 결정짓지만, 투수의 실투만큼 중요한 변수도 없다.

이번 포스트시즌은 경기마다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치열한 접전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준플레이오프 1,2차전이 1점차로 승부가 갈린데 이어 3차전서는 경기 마지막 순간까지 추격전이 뜨거웠다. 4경기 모두 결정적인 실투가 경기의 흐름을 지배했다.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넥센은 3-3 동점이던 연장 11회 SK의 끝내기 실책을 이용해 5대4로 역전승을 거뒀다. 넥센은 1-3으로 끌려가던 7회말 고종욱의 3루타로 동점을 만들며 분위기를 끌어온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2사 1루서 타석에 들어선 고종욱은 SK 켈리를 상대로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날린 뒤 이택근의 땅볼로 홈을 밟아 3-3 동점을 만들었다. 켈리는 정규시즌 막판 4연승을 달리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하던 에이스급 투수. 그러나 6회 구원등판한 켈리는 강력한 직구와 체인지업으로 넥센 타자들을 잘 요리하더니 7회 1사후 서건창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고종욱에게 투볼에서 던진 3구째 141㎞짜리 직구가 약간 높은 코스로 몰리는 바람에 장타를 내주고 말았다. 3루까지 내달린 고종욱의 질주, 분위기는 넥센으로 급격히 넘어갔다.

두산 베어스와 넥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은 9회말 분위기가 바뀌었다. 2-3으로 뒤지고 있던 홈팀 두산은 9회 1사후 김재호의 사구, 정수빈과 허경민의 연속 볼넷으로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넥센 투수 조상우는 민병헌을 삼진으로 잘 잡아 위기를 벗어나는가 했지만, 김현수를 상대로 볼카운트 3B1S에서 던진 152㎞짜리 직구가 바깥쪽을 크게 벗어나며 볼이 돼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스트라이크존 근처에 뿌려야 할 결정구가 한눈에 봐도 뻔히 빠지는 공이 됐으니 김현수로서는 어렵지 않게 볼을 골라낼 수 있었다. 앞서 김재호의 사구가 석연치 않았고, 정수빈과 허경민의 연속 볼넷도 영향이 있었지만, 2사 만루라면 안타를 맞더라도 김현수에게 승부를 걸었어야 했다.

지난 11일 열린 2차전에서는 2-2 동점이던 5회말 두산 공격때 나온 양의지의 좌전안타가 결정적이었다. 선발 피어밴드에 이어 5회 마운드에 오른 하영민은 1사후 김현수에게 5구째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맞았다. 제구가 썩 좋지 못한 느낌. 이어 양의지에게도 1,2구 연속 볼을 던졌다. 결국 3구째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진 3구가 몸쪽에서 약간 가운데로 몰리면서 좌전안타가 돼 위기가 가중됐다. 두산은 민병헌의 우전안타, 오재원의 희생플라이로 결승점을 뽑아냈다.

13일 3차전은 넥센 선발 밴헤켄의 눈부신 투구가 압도적이었으나, 사실 흐름을 넥센쪽으로 끌어온 것은 서건창의 홈런이었다. 0-0이던 3회말 1사후 서건창은 풀카운트에서 두산 선발 유희관의 7구째 130㎞짜리 직구가 높은 코스로 날아들자 가볍게 방망이를 돌려 가운데 담장을 넘겨버렸다. 1회부터 제구력이 불안했던 유희관은 서건창을 상대로 6구까지 철저한 코너워크로 승부를 이어갔지만 결정구가 높은 스트라이크존으로 몰리는 실투가 되는 바람에 흐름을 넘겨주고 말았다.

치열한 접전 상황에서 볼배합에 관한 배터리의 선택, 그리고 해당 투수가 원하는 지점에 얼마나 정교하게 공을 뿌리는가, 이것은 결국 집중력의 싸움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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