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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두산 감독의 짓궂은 농담에 영향이라도 받은 것일까.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전날 미디어데이에서 나온 김태형 감독의 발언이 떠오른다. 김 감독은 "(조)상우가 정말 잘 던지더라. 그런데 어린 투수가 저렇게 많이 던져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지금은 감독이 시키는 대로 던지고 있는데, 나중에 후회할 것"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7일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등판해 3이닝 동안 올해 최다인 49개의 공을 뿌린 조상우를 잔뜩 경계한 것. 그러면서도 재치있는 표현으로 행사 분위기를 달궜다.
당시 조상우는 김 감독의 말에 "열심히 던지겠다"고 받아 쳤다. 취재진을 만났을 때는 "많은 공을 던졌다고 볼 수 있지만 오히려 30개가 넘어가면서부터 스피드가 더 나오더라. 지금은 내일이 없이 때문에 3이닝은 물론 4이닝도 책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날 몸에 무리도 없고 공 던지는 체력에는 자신이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날은 '팔이 앞으로 넘어오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 릴리스 포인트를 앞으로 끌고 나와 던져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특히 8회 16개 공을 던진 뒤 9회가 문제였다. 150㎞의 직구가 스트라이크 존에서 놀지 않고 던지는 순간부터 볼인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2이닝 2피안타 3볼넷 1실점. 결국 넥센은 연장 10회말 김택형이 1사 2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허용했다. 3대4 패배. SK를 상대로는 조상우의 카드가 완벽히 들어맞아 연장 접전 끝에 웃었지만, 이날은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잠실=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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