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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 KIA의 외나무 다리 혈투.
1회의 두 차례 호수비
이현호는 올 시즌 상무에서 제대한 뒤 팀에 합류했다. 시즌 출발은 중간계투로 시작했다. 좌완으로서 다이내믹한 폼과 145㎞의 강력한 패스트볼이 주무기. 여기에 큰 각도의 커브가 있었다.
그는 시즌 막판 선발로 보직을 변경했다. 니퍼트의 부상 등 선발 로테이션에 변수가 생기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이동.
9월17일 롯데전에서 7⅔이닝 4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9월24일 롯데전에서도 5이닝 1실점으로 무난한 선발 역할을 했다. 하지만 9월30일 NC전에서는 2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다.
4일 잠실 KIA전은 3위가 달린 중요한 일전. 하지만, 두산은 이현호 외에는 마땅한 선발 카드가 없었다. KIA 홍건희 역시 검증되지 않은 선발이었다. 때문에 이 경기는 선발 맞대결이 가장 큰 변수였다.
경기 전 두산 김태형 감독은 "니퍼트와 장원준을 제외하고 모두 대기"라고 했다. 전날 선발이었던 유희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칫 이현호가 경기 초반 무너질 경우에 대한 대비책.
1회가 관건이었다. 제구가 안정적이지 않은 이현호. 게다가 큰 경기를 치른 경험도 부족했다. 때문에 1회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경기내용이 극과 극으로 바뀔 수 있었다.
1회 선두타자 신종길은 2루수 옆을 빠지는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하지만 2루수 오재원이 풍부한 활동량으로 커버, 그대로 아웃시켰다. 2번 김원섭 역시 좌전 안타성 타구를 쳤다. 그러나 김현수가 그대로 슬라이딩 캐치, 가까스로 공을 잡아냈다. 결국 자칫 흔들릴 수 있었던 이현호는 1회를 무사히 넘겼다. 자신감이 완전히 증폭됐다.
정면승부의 미학
이현호의 투구폼을 보면 매우 와일드하다. 투구 예비동작을 숨기는 디셉션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는 투구폼이다. 게다가 패스트볼 역시 좌완으로 145㎞를 넘나든다. 때문에 긁히는 날에는 정상적으로 공략하기 쉽지 않다.
자신감을 얻은 이현호는 위기의 순간, 정면돌파를 택했다. 2회 4번 타자 필과 5번 이범호는 끈질기게 커트를 하면서 이현호를 괴롭혔다. 하지만 개의치 않은 이현호는 그대로 스트라이크 존으로 꽂아넣었다. 두 선수는 타격했지만, 중견수 플라이와 유격수 땅볼 아웃으로 물러났다. KIA 홍건희가 2회 무려 4개의 볼넷을 허용하며 2실점한 장면과 대조적이었다.
자신의 공이 통한다는 것을 직감한 이현호는 더욱 대담해졌다. 3회 2개의 삼진을 뽑아냈고, 4회까지 별다른 위기없이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5회는 압권이었다. 선두타자 이범호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3구째는 바깥쪽 꽉 찬 패스트볼. 이범호는 배트를 돌렸지만, 소득이 없었다. 다음 타자 나지완에게는 초구 110㎞ 커브를 스트라이크로 잡아냈다.
패스트볼에 자신감을 가지면서, 커브마저 제구력이 잡혔다. 나지완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2사 후 고영우에게 110㎞ 커브로 또 다시 삼진을 잡아냈다.
이현호의 어쩔 수 없는 약점은 투구수다. 투구수 70개가 넘어가면 급격히 위력이 떨어진다. 시즌 중 선발로 전향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결국 6회 선두 타자 황대인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지만, 신종길과 김원섭에게 안타를 맞았다. 두산 벤치는 앤서니 스와잭으로 투수를 교체했다. 이현호의 투구수는 84개. 너무나 중요한 순간 진가를 발휘한 이현호의 눈부신 호투였다. 두산은 7회초 현재 7-0으로 앞서 있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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