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난 거 아니잖아요. 해봐야죠, 끝까지."
|
1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2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한화 안영명과 KIA 양현종이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한화 이용규가 3회 KIA 양현종을 상대로 솔로홈런을 날렸다. 타구를 바라보고 있는 이용규. 광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9.16 |
|
지난 23일(한국시각) 미국 야구계는 슬픔에 빠졌다. 미국 야구 역사의 전설이 또 한명 세상과 작별했기 때문이다. 요기 베라(90).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로 현역 시절 무려 10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레전드 중의 레전드다. 그의 등번호 '8번'은 일찌감치 양키스의 영구 결번이 됐다. 특히나 베라는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져있다. 불멸의 명언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기 때문. 불굴의 의지를 상징하는 이 명언은 지금까지도 널리 인용된다.
한화 이글스의 간판 리드오프 이용규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공교롭게도 베라가 천국의 리그로 이적한 23일이었다. 창원 마산구장에서 NC 다이노스와의 경기를 준비하던 이용규는 이렇게 말했다. "아직 시즌 다 끝난 거 아니잖아요. 가능성이니, 확률이니 그런 건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냥 눈앞에 다가온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이기자는 생각 뿐이에요. 지금 우리 선수들이 다 그렇습니다." 8위 한화가 다시 5위에 오를 확률은 경쟁팀인 롯데 자이언츠나 SK 와이번스, KIA 타이거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이용규는 '희망'을 여전히 붙들고 있었다.
|
2015 KBO리그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이용규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9.08/ |
|
이용규의 말처럼 한화는 아직 8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이 안에 어떤 기적이 일어날 지는 아무도 모른다. 23일 기준으로 8위 한화와 5위 롯데의 승차는 불과 1.5경기 밖에 나지 않는다. 한화에도 아직 기회는 있다.
하지만 현재 한화가 기록중인 성적과 순위는 상당히 아쉬운 면이 많다. 시즌 초반부터 끈기넘치는 야구를 앞세워 선전을 이어왔기 때문. 이로 인해 성적은 물론, KBO리그 전체의 흥행에도 큰 기여를 했다. 그렇게 8월 초순까지도 승률이 5할 언저리를 유지했던 한화는 5위를 넉넉하게 따낼 듯 했다. 그러나 이때 이후부터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선수들의 부상과 체력 저하 등의 이유로 시즌 초중반의 강력한 뒷심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용규는 "한창 좋았을 때를 생각해보면 지금 팀 성적은 무척 아쉽다. 팬들에게도 미안할 따름"이라고 했다.
그런데 비단 팀 성적뿐만 아니라 이용규 개인으로서도 올해만큼 아쉬웠던 시즌이 없다. 지난해 어깨 수술의 후유증 때문에 수비는 아예 하지 못하고, 공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이용규는 올시즌을 철저히 준비했다. 자비로 해외 개인훈련을 떠나기도 했고, 스프링캠프도 충실히 소화했다. 여러모로 의욕이 컸다. 이용규는 "올해만큼 잘 준비된 상태에서 시즌을 맞이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실제로 성적도 잘 나왔기 때문에 '꿈'을 꾸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용규의 '꿈'은 리그 최다안타왕에 오르는 것. 가능성이 충분했다. 7월말까지 넥센 박병호와 1위 싸움을 펼치고 있었다.
|
2015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넥센히어로즈의 경기가 3일 대전 한화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한화 이용규가 5회말 1사 1루에서 파울타구를 날린후 주저앉아 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9.03/ |
|
그러나 '체력 저하'가 한화의 발목을 잡은 것처럼 이용규의 꿈도 '부상'에 걸려 사라지고 말았다. 지난 7월31일 대전 KIA전에서 상대 선발 박정수가 던진 공에 종아리를 맞아 쓰러졌다. 근육 파열의 중상. 재활에만 한 달 이상 걸린다는 진단도 나왔다. 그대로 시즌을 접을 수도 있었다.
'악바리' 이용규는 이런 비관적인 전망을 놀라운 재활 의지로 날려버렸다. 그리고 8월20일에 1군 무대에 컴백했다. 하지만 이미 최다안타왕 타이틀과는 거리가 멀어진 상황이 됐다. 그래도 여전히 이용규는 팀의 간판이자 리그 상위권 타자다. 부상 공백에도 불구하고 23일까지 타율 3할3푼7리(전체 6위)에 최다안타 8위(156개)를 기록하고 있다. 출루율도 전체 10위다. 그만큼 부상 이전까지 성적이 좋았다는 증거다. 이용규는 "부상이라는 게 참…미리 조심한다고 해서 다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무섭다"면서 "어쨌든 그 부상으로 최다안타왕의 꿈은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그건 내년에 다시 도전해도 된다. 지금 당장은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용규는 '포기'라는 단어는 모른다. 대신 '도전'이라는 단어는 대단히 잘 안다. 올해의 아쉬움을 이미 지워낸 이용규는 벌써부터 내년 시즌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는 "올해 사실 어깨 상태가 100%는 아니었다. 그래서 송구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타격에서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시즌이 끝나면 일찍부터 몸을 만들 계획이다. 어깨 근육을 보강하고 체력을 다지는 데 중점을 두겠다. 더 완벽한 상태에서 내년 시즌을 치르고 싶다"고 밝혔다. 이용규의 야구도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