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프로야구]메리트에 중독된 프로야구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5-09-22 06:39


메리트의 장점은 선수들에게 조금 더 동기부여를 준다는 것이다. 성적이 좋은 팀이든 좋지 않은 팀이든 이기면 돈을 준다는데 누구라도 열심히 경기에 나서게 된다. 게다가 경기에 따라 2배 이상의 액수가 걸리면 선수들의 눈이 반짝인다. 메리트로 받는 액수를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까지 등급에 따라 나누면 1인당 돌아가는 액수가 그리 많지는 않다. 하지만 적은 액수라도 돈이 생기면 누가 싫을까.

그렇다보니 메리트는 상위권 팀에게 더 큰 효과를 낸다. 이기는 가운데 보너스를 챙긴다면 선수단의 분위기는 더욱 높아지게 되는 것. 경기를 이기면 선수들은 승리해서 기분이 좋고 메리트로 가욋돈을 챙기니 더욱 신이 날 수 밖에 없다. 팀 분위기가 좋아지고 선수들이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커지면서 선수단이 하나로 뭉치는 효과도 나타난다. 꼭 돈 때문만은 아니지만 돈이 분위기를 더 좋게 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메리트가 안좋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메리트를 실행하는 방식에서 선수들이 불만을 드러낼 때가 생긴다. 대표적인 예가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는 드물게 메리트로 선수단과 구단의 다툼이 알려진 드문 케이스다. 지난 6월 롯데 선수단과 구단이 메리트 산정 방식으로 이견을 보였다는 소식이 나왔다. 롯데는 지난해에는 매월 승수에 따라 메리트를 지급했지만, 올해는 승리에 대한 기본 액수를 낮추고 월별 순위에 따라 가중치를 두기로 바꿨다. 팀 순위가 높으면 돈을 더 받지만, 낮으면 상대적으로 덜받는 구조다. 더 좋은 성적을 위해 선수단과 구단이 시즌전 합의를 했다. 그런데 5월까지 성적이 그리좋지 못하자 지난해보다 적은 금액을 받게 된 선수들이 구단에 메리트 산정 방식을 바꿔달라고 요청한 것이었다.

롯데는 5월까지 5위를 했었다. 그러다가 6월 초순 선수단이 구단에 방식을 바꾸자고 했다가 거부당하자 정말 공교롭게도 그 이후 롯데의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메리트 방식이 만족스럽지 않아 선수들이 힘을 잃었다는 근거는 없지만, 롯데가 6월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한 데에는 이같은 메리트에 대한 선수단과 구단의 갈등이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나온 것은 사실이다. 현재 롯데는 지난해 방식으로 메리트를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또 상대팀의 메리트 액수와 크게 차이가 날 때는 돈 주고도 생색을 못내는 경우가 생긴다. 선수들은 경기전 상대팀의 친한 선수들과 얘기를 나누며 메리트에 대해 정보를 서로 주고받는다. 특히 순위 싸움이 한창인 팀과의 대결에서 메리트의 액수가 크게 차이날 경우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앞으로가 문제다. 이미 선수들은 메리트에 중독돼 있다. 메리트를 받는 것이 당연시 됐다. 그리고 다른 팀과 비교하면서 더 강한 자극을 원한다. 최근 메리트의 액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웬만한 액수를 걸어봐야 선수들이 반응을 하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메리트의 효과를 본 구단도 좋은 성적을 위해선 끊을 수가 없다.

선수들의 몸값이 크게 늘어 구단의 부담 역시 커진 상황에서 메리트 액수마저 상승하면 구단으로선 더욱 힘든 살림을 할 수 밖에 없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최고라고 해도 구단이 입장료 등으로 벌어들이는 액수로 구단을 꾸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모기업으로부터 돈을 받는데 선수들에게 메리트를 주기 위해 손을 더 벌려야 한다.

큰 액수의 연봉을 줬는데 선수들은 메리트를 안하면 입이 튀어 나오고, 하더라도 액수가 적다며 투덜댄다. 선수들에게 경기에서 이기라고 연봉을 주고 있는데 이겼다고 또 보너스를 주는 이상한 제도. 그것이 당연시되고 있는 프로야구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2015 프로야구 LG와 KT의 경기가 20일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 졌다. LG 1회말 1사 1,3루 박용택 타석때 더블 스틸은 시도 3루주자 이진영이 홈에서 세이프 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5.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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