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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다 못해 어둡게만 보였던 표정에 모처럼 화색이 활짝 돌았다.
타율 자체가 나쁜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주자가 있을 때 특히 득점권에서 중심타자다운 활약을 전혀 펼치지 못했다. 올시즌 득점권 타율이 2할1푼4리였다. 브라운이 찬스에서 약하다는 이미지가 굳어진 것은 이 때문이다. 브라운은 이날까지 26개의 홈런을 때리고도 타점 순위에서는 30위에 머물고 있다. 브라운이 찬스에 약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투수들이 위기에서 용병 타자들을 상대할 때는 유인구가 많다. 브라운이 유인구에 많이 속는다. 그것이 부담으로 작용해 자신감 실종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미 SK 내부에서는 브라운의 이러한 클러치 능력 부족에 대해 실망감을 내비치고 있는 상황. 내년 시즌 재계약도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찬스에서 약한 브라운은 유독 만루에서는 돋보이는 활약을 펼쳐 왔다. 올해 만루에서 11타수 5안타(타율 0.455)에 2홈런 17타점을 때렸다. 만루에서의 성적은 톱클래스 수준이다. 만루에서 상대가 정면승부를 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평소의 브라운을 고려하면 만족스러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브라운은 타석에 들어서자마 KIA 오른손 투수 김광수의 초구 138㎞짜리 바깥쪽 슬라이더를 정확히 받아쳐 우중간을 빠지는 2루타를 터뜨렸다. 주자 3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스코어는 6-3으로 벌어졌다. 브라운은 2루를 밟은 뒤 배팅글러브를 벗으며 덕아웃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김 감독 역시 박수를 치며 브라운에게 흐뭇한 미소를 보냈다.
브라운은 전날 KIA전에서도 1-0으로 앞선 3회말 2타점 좌중간 2루타를 터뜨리며 분위기를 SK로 끌어왔다. 이틀 간 브라운은 감춰뒀던 진면목을 보여준 셈. 시즌 70타점 고지에 오른 브라운이 과연 재계약 고과에서도 상당한 점수를 받았을 지 지켜볼 일이다.
인천=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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